브라질 대선이 좌파를 대표하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81) 현 대통령의 신승으로 끝난 가운데 우파 후보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45) 연방 상원의원은 ‘불복’을 선언해 브라질 정국이 격랑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보우소나루 부자는 2022년 당시 자이르 보우소나루(71) 대통령에 이어 아들인 플라비우 보우소나루까지 룰라에게 ‘2연패’을 당한 것은 물론 대(代)를 이어 선거 결과를 부정했다는 기록마저 세우게 됐다.
25일(현지시간) AP,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에서 룰라가 간발의 차이로 보우소나루를 누르고 4선에 성공한 직후 보우소나루는 선거 불복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이번 선거를 무효화해줄 것을 사법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우리 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해당하는 브라질 고등선거재판소는 룰라가 51.8%의 득표율로 48.2%에 그친 보우소나루를 약 440만표 차이로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밝혔다.
보우소나루는 연방대법원이 결선 투표 마감 시한을 25일 오후 5시에서 7시로 2시간 연장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는 “주요 대도시에서 유권자 이동을 위한 대중교통 배차가 크게 부족해 토표소 접근이 제한을 받고 있다”는 룰라 측의 항의를 대법원이 받아들인 결과였다.
실은 보우소나루 본인도 “상파울루 등 3개주(州)의 악천후 탓에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가지 못하고 있다”며 투표 시간 연장을 요청한 바 있다. 그런데 막상 개표 결과 패한 것으로 나타나자 모든 책임을 룰라 캠프와 사법부 탓으로 넘긴 셈이다. 보우소나루는 “투표 시간 연장은 전례 없는 일”이라며 “따라서 그런 선거 결과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배수진을 친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의 결론은 향후 대법원의 ‘선거 무효’ 재판을 통해 가려질 전망이다.
이 같은 보우소나르의 정치 행보는 부친 자이르의 과거 행태를 연상케 한다. 자이르는 2022년 대선에서 당시만 해도 야당 지도자이던 룰라에게 졌다. 하지만 그는 승복 또는 불복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침묵하는 길을 택했다. 자이르가 4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 이듬해 초 룰라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전직 대통령이면서도 취임식 불참을 선언한 자이르는 2023년 1월8일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지지자들을 동원해 대규모 폭동을 일으켰다. 자이르를 따르는 군부 장성 일부도 쿠데타 음모에 가담했다.
하지만 자이르의 시도는 실패로 끝나고 그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는 신세가 됐다. 대법원은 자이르에게 무려 27년이 넘는 징역형을 선고해 정치적 재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자이르의 절친으로 알려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룰라를 상대로 구명 운동에 나섰으나 아무 소용도 없었다.
자이르의 장남이자 보수 정당 소속 상원의원인 보우소나루는 올해 8월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트럼프는 미국을 방문한 보우소나루를 백악관으로 불러 격려하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실제로 지난 4일 대선 1차 투표에서 트럼프 후광을 등에 업은 보우소나루가 47.03%의 득표율로 45.16%에 그친 룰라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좌파 유권자들이 결집하고 중도 유권자 일부도 트럼프에 지나치게 의존적인 보우소나루한테 등을 돌리며 막판 대역전이 펼쳐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