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도래지 주변에 길고양이 급식소를 설치하지 못하게 한 당국 처분은 적법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4-2부(재판장 이광만)는 동물학대방지협회가 국가유산청장을 상대로 ‘국가지정유산 현상변경 불허’ 처분을 취소하라며 낸 소송을 최근 1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협회는 2024년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이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부산 을숙도 내 길고양이 급식소 추가 설치를 시도했으나 국가유산청이 허가하지 않자 소송을 제기했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그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에 대해선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협회 측은 재판에서 길고양이 급식소가 철새도래지 보존·관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급식소를 운영해온 8년간 길고양이 개체 수는 약 200마리에서 60마리로 줄었고, 고양이가 철새를 공격하는 빈도도 낮아졌다는 이유에서다. 급식소를 철거하면 오히려 고양이가 철새를 더 자주 공격해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원심은 해외 연구 결과와 전문가 조사보고서 등에 근거해 급식소 때문에 길고양이가 늘어나 철새를 사냥할 우려가 있다며 국가유산청 측 손을 들어줬다. 을숙도 내 길고양이 개체 수 감소는 ‘급식소 운영’이 아닌 지자체 지원으로 시행된 중성화 수술의 결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1심 재판부는 “설령 협회 주장처럼 지난 8년간 급식소가 철새도래지 보존·관리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더라도, 향후 장기적으로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거나 자연유산 보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에서도 협회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을숙도 철새도래지와 같은 생태계는 수많은 생물과 환경이 복합적으로 연결돼 작은 변화만으로도 장기간에 걸쳐 큰 영향을 줄 수 있고, 한번 훼손되면 회복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을 예견할 땐 예방적인 관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