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조정 국면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주식고수’들은 낙폭이 컸던 삼성 그룹 대형 기술주를 중심으로 과감한 저가 매수에 나섰다. 단기 변동성에 대비해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로 위험을 분산하면서도, 증시가 바닥권을 다지고 있다는 판단 아래 우량주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기술주 담고 중소형 소부장은 처분
26일 키움증권에 따르면 투자원금 1000만원 이상이면서 전월 기준 수익률 상위 1%에 해당하는 고수익 투자자들이 지난주(19일∼23일) 이 증권사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SDI, 삼성전자, 삼성전기 등 순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세 종목 모두 주가가 1∼8%대 하락률을 기록했지만 이를 매수 기회로 삼고 비중 확대에 나선 모습이다.
순매수 1위에 오른 삼성SDI는 지난 19일 11.51% 급등하며 59만1000원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차익실현 매물과 업황 우려가 겹치며 23일 48만4500원까지 밀렸다. 주간 기준(16일 종가 대비)으로 8.58% 하락한 셈이다. 순매수 2위인 삼성전자 역시 같은 기간 21만7000원에서 21만3500원으로 1.61% 내렸고, 3위 삼성전기도 118만4000원에서 111만1000원으로 6.17% 빠졌다.
◆‘주주환원 기대’ 종목들도 순매수 상위권
하락장에 대비한 위험회피 움직임도 나타났다. 순매수 4위와 8위에는 각각 ‘SOL SK하이닉스선물단일종목인버스2X’와 ‘KODEX 인버스’가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 투톱 중 삼성전자는 현물로 사들이는 대신 SK하이닉스는 2배수 인버스 상품에 투자해 반도체 업종 내 변동성을 방어한 점이 눈에 띈다. 이 밖에도 실적 개선과 주주환원 기대감이 부각된 코리아써키트(5위), 한국전력(7위), 삼성E&A(9위)와 반도체 부품주인 샘씨엔에스(6위), 에이팩트(10위) 등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순매도 상위권에는 코스닥 중소형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종목이 대거 포진했다.
순매도 1위를 기록한 주성엔지니어링은 지난주 21만1500원에서 17만9200원으로 15.27% 급락했다. 첨단금속 제조사인 에이치브이엠(2위)도 19일 장중 급등세에도 주간 기준 3.88% 하락 마감한 가운데 고수들의 매도세가 집중됐다. 이 외에도 엘티씨(3위), 진코스텍(4위), 후성(5위), 삼익제약(6위), 비나텍(7위), 알멕(8위), 두산테스나(10위) 등이 순매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KODEX 레버리지’(9위)도 처분 대상 상위권에 올랐다.
◆외국인 매도 둔화에 “바닥 다지기” 관측도
고수익 투자자들이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선 가운데 국내외 증권가에서도 최근 국내 증시의 낙폭이 과도하다는 진단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전날 보고서에서 인공지능(AI) 투자 열풍 둔화 등을 반영해 코스피의 12개월 목표치를 기존 1만2000에서 9000으로 25%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도 “시장이 기업들의 기초체력(펀더멘털)에 대해 지나치게 부정적인 전망을 반영하고 있다”며 현 주가 수준에서 여전히 60% 이상의 상승 여력이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증시가 진바닥을 다지는 구간에 진입했다고 보고 있다. 현대차증권 김재승 연구원은 코스피가 최근 7003(2일)에서 5550(23일)으로 20.8% 급락했지만 지난 7월 장중 저점(5262)을 지켜낸 점에 주목했다. 김 연구원은 “지난주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최근 4주 중 가장 작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올해 11월 주요 대외 이벤트를 소화하며 바닥을 다진 뒤 반도체 이익 신뢰 회복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종료가 맞물리는 내년 6월부터 본격적인 우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SK증권 나승두 연구원도 “연말 대주주 양도세 회피 매물 등 변수가 남아 있지만 분명한 바닥권을 형성하고 있어 코스피 대비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는 더 높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