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6일 8년 만에 대통령 주재 농어민 간담회를 열고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둘러싼 이견 조율에 나섰지만 농어업계는 가입 검토 자체를 철회해달라고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연내 가입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무역·통상 국가인 한국이 장기적으로 가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농어업 피해를 충분히 보전하고 지원을 확대하겠다며 설득에 나섰지만, 이 대통령 스스로 임기 내 최종 타결이 어려울 수 있다고 밝힌 만큼 가입 논의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
◆농어민 “가입검토 철회”… 李 “국익 고려”
농어업계에서는 최대 현안인 CPTPP 가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승호 한국농축산연합회 회장은 “이번에 CPTPP 관련해서는 산업통상부가 접근을 잘못했다. 접근 방식이 잘못된 부분에 대해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농어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마시고, 가입 검토 자체를 철회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태용 한국수산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도 “정부의 CPTPP 가입 논의에 대해 저희 어업인들은 깊은 우려를 표현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 개방에 따른 경영 악화와 어촌 소멸 가능성까지 평가하고 어민의 생존과 식량 안보를 최우선으로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농어업계의 우려에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통상국가로서 CPTPP 가입을 마냥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무역·통상 국가인데, 전 세계가 지금 전부 다 무역 자유화를 일정 단위를 기준으로 다 하고 있는 판에 우리가 이 부분(농어업)을 보호하기 위해 거기서 이탈되면 과연 통상·무역 국가라고 하는 위상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게 과연 대한민국 전체를 위해서 바람직한 결정일까라는 것이 정부의 걱정”이라고 말했다.
농어업 피해를 줄이고 보상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해법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어떻게 하면 문제를 최소화하고 손실이나 피해를 충분히 보존할 것이냐를 고민하지 않고 일도양단으로 ‘할 거냐 말 거냐’ 이렇게 하면 결국은 막 길가에 최루가스 자욱하고 뭐 그렇게 되지 않을까. 최종적인 결론이 그렇게 가는 건 저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어떻게든지 가능한 방안을 찾아내야겠다는 게 제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가입 추진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기존 방침은 유지했다. 이 대통령은 연내 가입 신청을 하지 않고 농어민들과 충분히 소통해 방향을 정하도록 지시했다고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시작해도 제 임기 안에 최종 타결이 안 될 가능성이 훨씬 많다”며 “결국은 비난만 받고 결과물 없이 끝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그렇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가 전체를 위해서는 또 일부 비난, 비판이 있더라도 해 놔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임기 내 성과를 내기 어렵더라도 장기적인 국익을 위해 가입 논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李 “땅 뺏길 걱정은 안 하셔도 된다”
CPTPP와 함께 농어업계의 불만이 제기된 농지조사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취지를 설명하며 우려를 불식하는 데 집중했다. 이 대통령은 “땅 뺏는다 이런 걱정은 안 하셔도 될 것”이라며 “무슨 불이익 처분을 하려고 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농사를 짓겠다고 신고하고 샀는데 제대로 쓰고 있나를 체크해 보겠다는 것이다. 지방에 이런 데서 그랬을 리는 별로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또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한테 물려받았는데 내가 직장 다니느라고 농사 못 짓는다 그걸 누가 뭐라 그러겠느냐”며 “어쨌든 농지 매입 예산도 대폭 늘려서 매각하고 싶은 분들은 팔 수 있게 하는 예산도 늘려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농어업계 지원 확대도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그간 수출국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농업 분야가 상대적으로 희생을 감수해온 점을 거론하며, 특정 산업이 국가 정책으로 손실을 입었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저는 농가에 대한 직접 지원액을 늘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게 꽤 저항이 많다. 예를 들면 정치적 논쟁거리로 ‘퍼주기다’, ‘그 돈 있으면 딴 데 써라’ 그러나 그 부분은 저는 계속 이제 증액해 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그중에 농어촌기본소득이 그런 걸 보존하는 방법 중에 하나”라고 강조했다. 또 “결국은 농어민들에 대한 직접 정부 지원금이 좀 더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정부에서 거부권이 행사됐던 농업 민생 법안의 처리와 농어촌기본소득, 햇빛소득마을 도입, 쌀값 정상화 노력 등도 정부의 지원 성과로 소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정부에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황종우 해양수산부 장관, 국회에서 서삼석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이 참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