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한 번쯤은, 이탈리아 돌로미티를 걷다/정찬수/북베이크/4만4000원
꿈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떠날 수 있을 때 떠나고, 걸을 수 있을 때 걸어야 한다. 법조인 출신인 저자가 대학 동기 일곱 명과 함께 이탈리아 돌로미티로 떠났다. 15일간의 여정은 웅장한 산과 푸른 초원을 만나는 여행이자, 건강과 우정,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시간이었다.
이 책은 군법무관과 검사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 민우 대표변호사로 활동하는 저자가 친구들과 함께한 여행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 에세이다. 법조인의 세심한 관찰력과 여행자의 감성으로 돌로미티의 풍경과 길 위에서 얻은 깨달음을 담았다.
여정은 브라이에스 호수에서 시작해 세네스와 파네스 고원, 라가주오이, 친퀘 토리, 트레 치메 디 라바레도, 세체다, 알페 디 시우시 등으로 이어진다. 하늘을 향해 솟은 암봉과 초록빛 초원, 산길 끝에 자리한 산장이 감탄을 자아낸다. 수억 년의 시간을 품은 산 앞에서 인간의 삶은 작아지고, 자연의 웅장함은 일상의 고민을 잠시 내려놓게 한다.
물론 여행이 늘 낭만적인 것만은 아니다. 고산 환경과 장거리 산행, 갑작스러운 비와 구름, 가파른 산길은 일행에게 만만찮은 도전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절경인 길도 다른 누군가에게는 두려움을 넘어야 하는 길이었다. 일행은 서로의 걸음을 기다리고 격려하며 어려움을 헤쳐 나갔다. 여행 기획과 길 안내, 운전, 통역, 식사 준비 등을 나누는 과정에서 동행과 배려의 의미도 배웠다.
산장에서 휴대전화와 인터넷을 제대로 사용할 수 없었던 시간은 뜻밖의 선물이 됐다. 스마트폰을 내려놓자 시선은 하늘과 산, 곁에 앉은 친구들에게 향했다. 화면으로 풍경을 확인하는 대신 눈앞의 자연을 오래 바라보게 됐다. 두 발로 걷고 원하는 곳으로 향할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 감사하게 다가왔다. 건강은 당연한 조건이 아니라 소중히 누려야 할 선물이었다.
책에는 돌로미티의 지형과 형성 과정, 알프스 산악문화, 제1차 세계대전의 흔적 등 여행지에 관한 정보도 담겼다. 항공편과 숙소 예약, 렌터카 이용, 곤돌라와 리프트, 트레킹 장비와 복장 등 여행 준비에 필요한 실용 정보도 소개한다. 100여 페이지에 걸친 사진과 여덟 여행자의 후기는 같은 길에서도 저마다 다른 감동과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전작 ‘생애 한 번쯤은, 지중해 위를 걷다’에 이은 이번 책은 여행을 통해 아름다운 풍경뿐 아니라 자신을 새롭게 발견하는 과정을 기록했다. 돌로미티 여행을 꿈꾸는 이에게는 실용적인 안내서로, 걷는 여행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삶을 돌아보는 에세이로 다가온다. 오래 미뤄둔 꿈을 실행에 옮기는 용기와 좋은 사람들과 함께 걷는 기쁨을 전하는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