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정세에 큰 파장을 몰고 올 이스라엘 총선이 27일(현지시간) 치러졌다. 2023년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과 올해 초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치러지는 첫 선거다. 베냐민 네타냐후(77) 총리가 장기 집권을 이어갈지, 강력한 경쟁자 가디 아이젠코트(66) 전 군 참모총장에게 자리를 내줄지는 개표 뒤 연정 협상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총선은 이날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전국 1만2018개 투표소에서 실시됐다. 해외 유권자 수만명이 투표를 위해 귀국할 만큼 관심도 뜨거웠다.
이번 선거는 네타냐후의 리쿠드당과 아이젠코트 전 총장이 이끄는 중도 신당 야샤르의 양강 대결로 펼쳐졌다. 통산 19년간 재임한 최장수 총리인 네타냐후가 재집권하면 재임 기간을 최장 23년까지 늘리게 된다. 아이젠코트 총장은 모로코계 유대인 노동자 가정 출신으로, 승리하면 첫 미즈라히(중동·북아프리카계 유대인) 총리라는 기록을 세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예루살렘 한 투표소에서 투표 후 “우리는 무엇이 걸려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직접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올바른 투표를 해 주길 바란다”며 리쿠드당 지지를 호소했다. 중부 연안 도시 헤르츨리야에서 투표한 아이젠코트 전 총장은 “건국 이래 가장 중요한 시기가 될 수도 있다”며 “투표에 참여해 건국 이래 최악의 정부를 교체하는 사명을 다 해 달라”고 정권 교체를 위한 힘을 모아달라고 촉구했다.
선거 직전 이스라엘 채널12 방송 조사에선 야샤르(23석)가 리쿠드(21석)를 근소하게 앞섰고, 진영별로는 반(反)네타냐후 정당들의 ‘변화 블록’이 52∼56석, 네타냐후 진영이 50석 안팎으로 모두 과반에 못 미쳤다. 크네세트(의회) 120석 중 과반인 61석을 확보한 진영이 정부를 꾸리는데, 단독 과반 정당이 드물어 매번 연정 협상이 승부를 가른다.
캐스팅보트는 도합 14∼16석이 예상되는 아랍계 정당인 라암과 연합명단이 쥘 것으로 보인다. 라암은 아이젠코트 진영과 손잡을 뜻을 내비쳤지만 리쿠드와 야샤르 모두 아랍계 정당과의 연정에는 선을 긋고 있다. 득표율 3.25%를 넘지 못한 정당은 의석을 얻지 못하는 제도도 변수다. 네타냐후 진영은 2022년 총선에서 득표율 약 48%로 64석을 차지했는데, 경쟁 진영 소수 정당들이 기준선을 넘지 못해 20만표 이상이 사표가 된 덕을 봤다.
뉴욕타임스(NYT)는 선거 이후 시나리오로 아이젠코트 중심의 반네타냐후 연정, 한 진영의 예상 밖 과반, 협상 교착에 따른 재선거, 야권 소수 정부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재선거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가장 유리하다. 새 정부 출범 전까지 과도정부 총리로 남아 이란을 겨냥한 군사 행동 권한까지 그대로 쥐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의 대니 시트리노비치 연구원 등 일부 전문가들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 공격을 재개해 자신이 이끄는 대연정 구성을 압박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NYT는 네타냐후 총리가 최근 수주간 이란 추가 공습을 추진했으나 에얄 자미르 참모총장의 반대에 부딪혔다고 이스라엘군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대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행정부 일각에서 네타냐후·아이젠코트 대연정 방안이 논의되고 있어 네타냐후 총리가 2위에 그쳐도 총리직을 지킬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아이젠코트와 야권 주요 인사들은 네타냐후 총리 밑에서 일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연정 협상 기간이 다음 달 3일 미국 중간선거 이후와 겹친다는 점도 변수다. CNN은 트럼프 행정부가 네타냐후 총리의 선거 전 공습 요구에 보류를 요청하면서도 곧 양국 공동작전에 나설 것이라는 신호를 줬다고 보도했다. 과도정부 아래서 공습이 재개되면 배럴당 110달러 선까지 오른 국제유가가 다시 요동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