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쓸 수 없는 중국산 테슬라 차량 등에 비인가 장치를 달아 감독형 완전자율주행(FSD·Full Self-Driving) 기능을 몰래 켠 80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혀 공소청에 넘겨졌다.
27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교통범죄수사팀은 이들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송치하면서 비인가 장치 21개도 압수했다. 공소청은 지난 2일 검찰청 폐지와 함께 출범해 경찰 등이 넘긴 사건의 기소 여부를 판단하는 기관이다.
이번 수사는 국토교통부의 수사 의뢰로 시작됐다. 경찰은 국토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에 FSD 기능 불법 구조변경 등 전문 기술에 대한 자문을 받아 수사를 진행했다.
◆ “돈 안 내고 쓸 수 있다”…해외서 사고, 직접 만들고
피의자들은 유럽·중국 등 해외에서 파는 비인가 장치를 사거나 직접 만든 장치를 차량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FSD를 켠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유럽에서 판매되는 FSD 활성화 장치를 사 자신의 테슬라 차량에 연결했다. 정보기술(IT) 관련 업종에 종사하는 B씨는 테슬라 차량 전자제어 시스템에 관한 정보를 바탕으로 해외 개발자 플랫폼 깃허브(GitHub)의 공개 소스를 받아 장치를 직접 만들었다.
방법은 온라인 커뮤니티를 타고 퍼졌다. 피의자들은 무단 활성화 방법은 물론 차량에 활성화 흔적을 남기지 않는 방법까지 올려 공유했다. 게시물에는 “테슬라 FSD를 돈 안 내고 쓸 수 있다는 소문이 루머가 아니다”라며 장치 사용을 권하는 내용도 담겼다.
◆ 원격으로 꺼도 이어진 시도
경찰은 “비인가 방식으로 기능이 활성화되면 차량의 주행 상황을 정상적으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운전자의 의도와 다르게 작동하는 등 안전상 위험성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제조사의 정식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나 인증 절차를 거치지 않은 활성화를 불법 자동차 구조변경으로 본 것이다.
FSD를 무단으로 켜는 것은 자동차관리법이 금지한 ‘자동차의 안전한 운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임의로 변경, 설치, 추가 또는 삭제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정부는 앞서 경고했다. 국토부는 지난 3월 31일 테슬라코리아로부터 차량 소프트웨어 취약점에 따른 사이버보안 위협 신고를 받았다며, 승인 없이 FSD를 켜면 자동차관리법 제29조에 따라 안전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차로 간주되고 제35조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고 알렸다.
테슬라코리아도 무단으로 기능을 켠 차량을 확인하면 원격으로 비활성화했다. 하지만 일부 차량에서 시도가 이어지자 국토부는 4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4월 28일 기준 국내에서 FSD를 불법으로 활성화하려 한 시도는 85건으로 집계됐다.
◆ 국내 테슬라 대부분은 정식으로 못 쓴다
FSD는 운전자가 늘 전방을 주시하다 필요하면 곧바로 개입해야 하는 감독형 기능으로, 지난해 말 국내에 출시됐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자동차 안전기준 인증을 면제받는 미국 생산 차량에만 적용된다. 출시 때는 모델 S·X가 대상이었고 이후 사이버트럭, 지난 7월에는 생산지가 중국으로 바뀌기 전 국내에 팔린 미국산 모델3·모델Y가 더해졌다.
반면 중국에서 생산한 모델3·모델Y는 국내 안전기준 인증을 받지 않아 FSD를 쓸 수 없다. 국내 판매 물량은 모델Y가 2023년, 모델3가 2024년부터 중국산으로 바뀌었다. 박 의원실 집계로는 미국산 모델3·모델Y가 대상에 들기 전인 4월 말 기준 국내 테슬라 18만684대 가운데 FSD를 쓸 수 있는 차는 2.4%(4292대)에 그쳤다.
돈을 내도 정식으로는 기능을 살 수 없는 차가 대부분인 구조가 우회 수요로 이어진 셈이다. 박 의원은 지난 5월 “전기차와 자율주행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소프트웨어 조작 수법은 더욱 교묘해질 것”이라며 무단 조작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8월 10일부터 FSD 판매 방식을 904만3000원 일시불에서 월 15만원 구독제로 바꿨다. 정식으로 쓰는 초기 부담은 줄었지만 대상은 여전히 미국산 차량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