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 4만8308명을 추적한 연구에서 물 섭취량과 위식도역류 증상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커피, 차, 탄산음료는 각각 하루 6잔 이상 마신 사람의 역류 증상 발생 위험이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26~34% 높았다.
◆물은 연관성 없어…커피·차·탄산은 위험 높아
하버드대 부속 매사추세츠종합병원 연구진은 미국 간호사건강연구Ⅱ에 참여한 42~62세 여성 4만8308명을 분석했다.
이들은 조사 시작 당시 정기적인 위식도역류 증상이 없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임상 위장병학·간장학’에 온라인으로 실렸다. 약 26만 인년(person-years)을 추적하는 동안 7961명이 주 1회 이상 역류 증상을 보고했다.
하루 6잔 이상 마신 사람은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보다 증상 발생 위험이 커피 34%, 차 26%, 탄산음료 29% 높았다. 물, 우유, 주스는 섭취량에 따른 차이가 뚜렷하지 않았다.
커피나 차 두 잔을 물 두 잔으로 바꾸면 위험이 각각 4%, 탄산음료 두 잔을 물로 바꾸면 8% 낮아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진은 커피, 차, 탄산음료를 많이 마시는 사람이 물로 대체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중년 여성 간호사에게 평소 음료 섭취량과 역류 증상을 설문한 관찰연구다. 위식도역류질환과 역류성 식도염은 구분해야 한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위 내용물이 식도로 올라와 불편한 증상이나 합병증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역류성 식도염은 역류로 식도 점막에 염증이나 손상이 생긴 상태다.
◆밤 11시에 잔다면 저녁은 8~9시까지
역류 증상이 잦다면 물보다 식사 시간부터 봐야 한다. 미국위장병학회(ACG)는 위식도역류질환 환자에게 취침 2~3시간 전에는 음식을 먹지 말라고 권고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도 바렛 식도 안내에서 같은 내용을 제시한다. 밤 11시에 잔다면 저녁 식사를 오후 8~9시까지 끝내라는 뜻이다. 물까지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지침은 아니다.
같은 포털의 식이영양 안내에는 식후 2~4시간이 지난 뒤 잠자리에 들고, 식후 최소 30분은 서 있거나 똑바로 앉아 있으라는 내용도 있다.
식사 직후에는 위에 음식이 남아 있고 위가 팽창해 역류가 쉽게 일어난다. 과식하고 바로 누우면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허리와 배를 조이는 옷이나 벨트도 복압을 높여 증상을 악화시킨다.
야간 증상이 있으면 침대 머리를 높이는 방법도 권고된다. 질병청은 침대 머리 쪽을 15~20cm 높이거나 왼쪽으로 돌아누워 자면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ACG의 이 생활습관 권고는 근거 수준이 낮은 조건부 권고다.
◆커피·라면 무조건 끊을 필요는 없어
커피나 매운 음식을 먹는다고 누구에게나 역류 증상이 생기진 않는다. 커피, 탄산음료, 초콜릿, 기름진 음식, 산도가 높은 음식에 대한 반응은 사람마다 다르다.
ACG 가이드라인은 개인에게 증상을 유발하는 음식만 피하라고 권고하지만, 근거 수준은 낮다고 평가한다. 매운 라면을 먹은 날에만 속이 쓰리다면 양과 횟수를 줄이면 된다.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특정 음식을 무조건 피할 필요는 없다.
커피는 마시는 양과 속쓰림 증상을 함께 살펴야 한다. 연구에서는 하루 6잔 이상 마신 사람의 역류 증상 발생 위험이 높았다.
하루 4잔 이상 마시면서 속쓰림이 반복된다면 섭취량을 줄여보는 게 좋다. 반면 하루 한두 잔을 마셔도 별다른 증상이 없다면 굳이 끊을 필요는 없다.
식후에는 가볍게 걷는 정도가 낫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 무거운 중량을 들거나 격렬하게 달리면 복압이 높아져 증상이 심해질 수 있다. 과체중이나 비만이라면 체중 감량도 도움이 된다.
◆삼키기 어렵거나 체중 줄면 진료받아야
식사 시간과 생활습관을 바꿨는데도 가슴쓰림이나 신물 올라오는 증상이 반복되면 진료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필요하면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약물치료를 받는다.
음식을 삼키기 어렵거나 삼킬 때 통증이 있다면 진료를 미루지 말아야 한다. 특별한 이유 없이 체중이 줄거나 구토가 계속될 때, 빈혈이 발견됐을 때도 진료를 받아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피를 토하거나 검은 변을 본다면 위장관 출혈 가능성이 있어 신속히 진료받아야 한다. 갑자기 심한 가슴 통증이 오고 호흡곤란이나 식은땀이 동반되면 역류성 식도염으로 단정하지 말고 즉시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위식도역류질환이 오래 이어지면 일부 환자에게 바렛 식도가 생길 수 있다. 바렛 식도는 식도 점막 일부가 변한 상태로, 드물게 식도선암으로 진행할 수 있다. 진단받은 환자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정기적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자기 전 물 한 컵이 누구에게나 문제를 일으키는 건 아니다. 역류 증상이 반복된다면 물을 무조건 끊기보다 저녁을 늦게 먹거나 과식하는 습관은 없는지, 한 번에 많은 양을 마시지는 않는지, 식사 후 바로 눕지는 않는지부터 확인하는 게 좋다.
잠들기 전 목이 마를 때 물을 참을 필요는 없지만, 물을 마신 뒤에도 속쓰림이나 신물이 반복되면 양과 시간을 조절하고 의료진과 상담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