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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감찰 대상, 법으로 늘려야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이명박(MB)정부 시절 이른바 ‘왕(王)차관’이 있었다. MB가 서울시장일 때부터 핵심 측근이던 박영준 전 차관이 주인공이다. 2008년 MB가 대통령에 취임하자 비서관으로 청와대에 입성했다. 그 뒤 내각으로 옮겨 국무조정실 국무차장(2009∼2010), 지식경제부 2차관(2010∼2011)을 지냈다. 비록 직급은 차관이나 장관 이상의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세 중의 실세’란 뜻에서 붙은 별칭이 바로 왕차관이다. 2010년 8월 MB는 공직자들과 식사하던 중 “언론에 왕차관 이야기가 나오더라”며 “내가 임명한 사람 중에 왕씨는 없는데…”라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문제의 왕차관을 쳐내진 않았다. 패착이었다.

 

지난 26일 최길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서울 종로구 특별감찰관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6일 최길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이 서울 종로구 특별감찰관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임광현 전 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장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직행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국회의원을 국세청장에 임명한 것도, 다시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모두 파격이다. 대통령 중심제 국가인 한국에서 그 비서실장은 장관급이나, 실제 힘은 국무총리에 버금간다는 것이 정설로 통한다. 국세청장만 해도 그렇다. 차관급이라곤 하지만 몇 개 부처 장관들을 합친 것보다 더 센 권력을 휘두르는 게 현실이다. MB정부 시절인 2009년 백용호 공정거래위원장(장관급)이 ‘계급장’을 떼고 국세청장으로 옮긴 점만 봐도 알 수 있다. 임 실장의 향후 행보를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한국 정부는 1948년 출범 이래 ‘권력 기관 수장은 직급이라도 낮춰야 한다’는 사고방식이 뿌리깊다. 국세청장은 물론 경찰청장도 마찬가지다. 경찰이 어떤 곳인가. 구성원만 14만명이 넘어 육군 다음으로 큰 조직이다. 그간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경찰 내부와 정치권 등에서 줄기차게 제기됐으나 모두 불발에 그쳤다. 가뜩이나 힘이 센 기관인데 직급까지 올려 놓으면 ‘무소불위’가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오늘날 국세청장·경찰청장은 차관급이면서도 장관들처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등 임명 절차도 까다롭다. ‘권력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견제를 받아야 한다’는 원칙에 부합하는 처사다.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지난 9월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스1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지난 9월21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 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있다. 뉴스1

2016년 이후 공석이던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 자리가 최근 채워졌다. 그런데 감찰관의 감찰 대상을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으로 못 박은 법률 조항을 두고 논란이다. 수석(차관급)보다 아래인 비서관(1급)은 빠졌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현지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비서관과 같은 1급이다. 야권에선 김 부속실장을 겨냥해 ‘청와대 인사를 좌지우지한다’ 등 온갖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26일 최길수 감찰관은 “대통령과 가깝고 의혹이 있더라도 법률상 감찰 대상이 아니라면 감찰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현행 감찰관법에 ‘구멍’이 있는 셈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은 차관이니 1급이니 하는 ‘급’(級)이 아니고 최고 권력자와의 ‘거리’에서 나온다. 이러다 MB정부 때처럼 ‘왕(王)비서관’이 구설에 오르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