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헌정사상 처음으로 사법부 수장을 겨냥한 국정조사에 시동을 걸면서 여야가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은 다음 달 5일 국회 본회의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고한 뒤 중순쯤 계획서를 의결해 12월 초 조사에 착수한다는 구상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사법부를 겨냥한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며 전면전을 예고했다.
◆국조 당위성 부각하는 與
민주당은 대외적으로 사법부의 각종 정치 개입 논란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 당위성을 설파하는 동시에 즉각적인 탄핵소추를 주장하는 강경파 달래기도 병행했다. 김민석 대표는 28일 당 공식 유튜브 ‘민티07’에 출연해 “과거 탄핵의 경우와 비교해 여론의 지형도 보고, 국민들에게 쟁점들이 얼마나 충분히 전달됐는가를 볼 때 조금 더 객관적인 근거를 다져 나가야 한다”며 “조희대 사법부에 대한 문제의 디테일이 아직 다 충분히 전달돼 있는 것은 아니어서 그것들을 점검하고 전달하는 과정을 조금 더 충실히 가져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고 국정조사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김 대표는 국정조사에 대한 당내 기류를 묻는 질문에 “100%가 다 하나의 의견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설명과 설득을 충분히 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성급한 탄핵 추진이 역풍을 부를 수 있는 만큼 국정조사라는 우회로를 통해 강경파의 ‘탄핵 드라이브’를 제어하며 전열을 정비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병도 원내대표는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의혹을 열거하며 국정조사의 당위성을 부각했다. 한 원내대표는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관 공백 장기화, 계엄 당일 심야 간부 회의 논의 내용, 업무추진비와 현금 격려금 집행 적정성까지 조 대법원장을 둘러싼 의혹이 쌓여 있다”며 “조 대법원장이 헌법적 책무를 다했는지 철저히 검증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인 국정조사 추진 로드맵도 윤곽을 드러냈다. 박성준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달 5일 (국정조사 요구서가) 보고된다. 1∼2주 후 (국정조사 계획서가) 채택되고 준비하고 나면 12월 초에는 국정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당내 강경파의 탄핵 요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성윤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조희대 법원이 사법 쿠데타에 준할 정도로 정치 영역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하고 있는 엄중한 상황이지만 우리 당에 긴장감이 없고 대응이 너무 느슨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며 “한시라도 빨리 조 대법원장 탄핵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민수 최고위원도 “여전히 당내에서는 국정조사보다도 좀 빠르게 신속하게 조탄핵을 추진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의견들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소속 서영교 법제사법위원장은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조사는 국정조사대로 가면서 탄핵의 절차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아주 중요하게 논의될 것”이라며 조국혁신당과 일부 강경파가 요구해온 ‘탄핵·국정조사 동시 추진론’에 힘을 실었다.
◆野 “폭력에 단호히 맞설 것”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국정조사 추진을 사실상 조 대법원장 탄핵 사전 단계로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국정조사를 통해 탄핵의 발판을 만든 다음 대법원장 직무를 정지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와 장외투쟁 등 다양한 대응 방안을 놓고 검토 중이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이 진행하겠다는 국정조사는 한 사람에 대한 집요하고 악독한 폭력이다. 국민의힘은 이 야만적인 폭력에 단호히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는 “사법부도 여러분이 가진 권한을 이용해 무도한 폭거에 저항하라”며 “이재명 대통령의 5개 재판을 속개할 것을 촉구한다. 이 저항은 정당방위”라고 적었다.
박충권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이름만 바꾼 탄핵, 국정조사로 포장한 사법부 겁박”이라고 규정하며 “민주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법원장을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며, 11월5일 본회의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고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예고했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조 대법원장 탄핵 반대가 찬성보다 높게 나온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 결과를 언급하며 “국민 여론은 이미 분명한 경고를 보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데도 민주당은 대법원장을 압박하며 상고심 선고 기일까지 지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며 “재판의 결론과 시점까지 정치권의 입맛에 맞추려 한다면 사법부의 독립은 어디에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최수진 원내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국정조사에 대해 “겉으로는 대법관 재제청 거부를 핑계 삼았지만, 실상은 이 대통령의 선거법 재판을 파기환송했던 사법부를 향한 정치적 보복”이라며 “오세훈 서울시장 무죄 선고 직후 대법원장부터 제물로 삼아 내년도 법관 인사의 판을 통째로 흔들겠다는 사법 장악의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