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달성한 놀라운 실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인공지능(AI)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메모리 칩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빅테크 등과 맺은 장기공급계약(LTA) 물량만 2027∼2028년 생산능력의 50%에 달하는 등 반도체 초호황이 꺾이지 않는 한 순항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28일 열린 2026년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시장 상황을 설명하며 호황이 한동안 계속될 것임을 시사했다. SK하이닉스 회사 관계자는 “선단 공정의 기술력 상승과 신규 생산시설 구축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하면 공급이 수요에 못 미치는 환경이 2030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 측은 시장조사기관을 인용해 내년 전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CSP)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60%를 웃돌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수요는 계속 올라가는데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된다고 예측한 것이다.
반도체 위기설의 근거로 지목받는 AI 투자 거품론에도 선을 그었다. AI 거품론은 반도체 칩을 사들이는 AI 서버 업체들의 자금이 바닥나면서 시장이 침체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들 업체가 파산하면 메모리 반도체를 사들일 고객사도 사라져 반도체 업계 실적이 대폭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회사 측은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대형 데이터 관리 업체)의 클라우드 컴퓨터 매출이 전년 대비 30∼80% 성장했고, 수주잔고도 2∼5배 늘었다”며 AI 수요가 굳건하다고 전했다. 이어 “(AI) 투자 주체도 거대기술기업을 넘어 일반 기업과 소형 AI 기업으로 넓어져 특정 기업이 투자를 조절해도 다른 수요가 공백을 메울 수 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자신감의 근거는 장기계약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글로벌 대형 CSP를 포함한 14개 주요 고객과 LTA를 맺었다. 확보한 물량은 2027년과 2028년 전체 생산능력의 50% 이상이다. 계약 기간은 통상 5년이지만, 일부 고객사와 기간을 더 늘리는 방안을 선제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계약 구조도 회사에 유리하게 짰다. 고객사와 합의한 가격 범위 안에서 시장 상황을 반영하는 방식이라 가격이 오르면 그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다. 고객의 구매 계획이 실제 주문으로 이어지도록 예치금 등 이행 장치도 넣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그동안 기술 경쟁력으로 쌓은 고객 신뢰가 장기계약으로 이어지면서, 중장기 수요 가시성과 수익 안정성을 갖춘 사업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100조원 규모의 대규모 주주환원책을 통해 주가 띄우기에도 돌입했다. 현재 회사는 실적 대비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입장이다. 회사 측은 “현재 주가는 회사가 창출하는 이익과 현금흐름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저평가돼 있다”고 진단했다. 실적이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뜻이다. 결국 SK하이닉스는 시장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10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주주환원 방안 등을 통해 주가 부양에 팔을 걷어붙인 모양새다.
아울러 미국 낸드플래시 자회사 솔리다임의 상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돌아선 투자자들의 여론을 달래려는 포석도 일부 감지된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나스닥 기업공개를 추진한 바 있다. 상장 소식이 알려지면서 ‘중복상장’ 논란이 일었고, 개인투자자들은 물론 정치권까지 나설 정도로 여론이 악화됐다. 여론 악화와 시장 부진으로 솔리다임 상장은 중단했지만, 투자자들의 앙금은 아직 덜 풀린 상태다. 이에 회사는 키옥시아 투자 수익까지 특별배당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곽 사장은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줄어들 수 있는 주주환원 여력을 그 성과로 채운 것”이라며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는 과감하게 이어가면서도 주주 이익을 지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