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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신상정보, 北으로 날려 보내고 통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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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발전연구원 대처 미흡 도마

정보 담은 SD카드 포맷도 없이
대북 전단 풍선에 담아 날려 보내
경찰, 사실 확인 뒤 개별적 통지
북 가족 피해 가능성 큰데 안 알려
연구원, 2년9개월 지나서 사과문

북한 당국에 넘어갈 경우 본인은 물론 가족의 생명과 신변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개인정보가 유출됐지만, 정작 북한이탈주민 피해자 131명 누구도 관련 사실에 대한 개별 통지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는 사고를 낸 비영리단체가 홈페이지에 유출 사실을 게시한 것을 통지 의무 이행으로 인정했고, 과태료를 감경했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조치가 충분했는지, 감독기관의 판단이 적절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불가피하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2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개보위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 인가 비영리법인 북한발전연구원은 2019년 에너지경제연구원의 탈북민 대상 설문조사를 수행하면서 수집한 개인정보를 SD카드에 저장했다. 연구원은 2022년 5월 문제의 SD카드를 포맷하지 않은 채 정보만 삭제한 뒤 대북 전단 풍선에 담아 날렸다. 풍선은 경기도 가평군의 한 야산에 떨어졌고, 경찰이 SD카드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설문 참여자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유출된 정보는 탈북민 131명의 성명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연락처, 탈북 연도와 탈북 전 거주지·직업 등이다. 북한 당국에 넘어갔다면 탈북민 당사자뿐 아니라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에게까지 위해가 가해질 수 있는 민감한 정보다. 경찰은 2023년 9월 15일 연구원 대표에게 유출 사실을 통보했고, 같은 해 10월 사건을 개보위에 이첩했다.

 

연구원이 홈페이지에 유출 사실과 사과문을 게시한 것은 그로부터 약 2년 9개월이 지난 올해 7월 8일이었다. 피해자들은 7년 전 참여한 설문조사에서 수집된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사실을 연구원 홈페이지를 통해 직접 확인해야 알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후 개보위는 개인정보 보호 의무 위반과 유출 사실 통지·신고 지연을 법 위반행위로 판단해 연구원에 과태료 720만원을 부과했다.

 

안 의원실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연구원은 홈페이지 게시 외 피해자 131명에게 개별 통지를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개보위는 안 의원실에 “연구원이 설문 참여자 명단을 이미 파기해 연락처를 알 수 없었다”며 홈페이지에 30일간 게시하는 방식으로 통지를 갈음했다고 설명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시행령은 정보주체의 연락처를 알 수 없는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홈페이지나 사업장 게시판에 30일 이상 게시하는 방식으로 개별 통지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유출 사실을 신속히 인지할 필요가 크다는 점에서 개보위가 홈페이지 게시만으로 통지 의무를 이행했다고 본 것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개보위 판단이 과태료 감경으로 이어졌다는 것도 문제다. 개보위는 연구원에 대한 과태료를 유출 통지·신고 의무 위반의 기준금액 1200만원과 장기 위반 가중액 360만원을 더해 총 1560만원으로 산정했다. 그러나 비영리법인이라는 점(30%), 사전통지 및 의견제출 기간에 위반행위를 시정한 점(20%), 조사에 적극 협력한 점(20%)을 들어 기준금액의 70%를 감경해 최종액은 720만원으로 정해졌다.

 

경찰이 2023년 10월 개보위에 사건을 이첩한 뒤 관련 정보가 관계 기관에 충분히 공유됐다면 피해자 통지와 추가 피해 방지 조치가 더 일찍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는 탈북민 보호·정착 지원을 담당하는 주무 부처이지만, 개보위의 과태료 처분이 내려진 후 정보유출 사실을 인지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취재에 따르면 통일부는 지난 3월 이 연구원을 평화·통일의 사회적 합의 기반을 강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 통일운동 활성화 지원사업 보조사업자로 선정해 보조금을 지급했다.

 

통일부는 연구원에 추가 위법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하기 위한 사무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피해자 개별 통지 여부와 관련해 “탈북민 중 신변보호 대상자로 지정돼 있는 분들에게는 경찰에서 개별적으로 통지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2019년 연락처인 만큼 담당 부서에서 추가적으로 연락처를 파악해 알려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