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초 방미 계획을 세웠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성준(사진) 국회 국방위원장이 미국으로부터 공무출장 비자(A-2) 발급을 거부당했다. 전시 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 필요성이 여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와중에 직전 여당 대표였던 정청래 의원에 이어 현직 국방위원장의 미국 입국 거부 사태가 발생했다. 게다가 매년 열리던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개최마저 올해는 열리지 않고 내년으로 연기됐다. 양국 관계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진 위원장은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미국 비자 발급을 거부당한 데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대한민국 국회의 위상을 무시하고 한·미동맹의 근간인 상호 존중과 신뢰를 훼손하는 처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국방위원장에 대한 비자 발급을 거부한 것은 단순히 개인의 입국을 제한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공식적인 의정활동을 가로막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위원장은 여야 국방위 간사인 민주당 김병주 의원과 국민의힘 임종득 의원, 개혁신당 천하람 의원으로 구성된 의원 방미단을 이끌고 다음 달 1∼5일 미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해 양국 동맹 및 안보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사무엘 파파로 태평양사령관(해군 대장)을 비롯한 미 장성급 인사들과의 면담 일정도 소화하려 했으나 비자 발급 거부로 무산될 상황이다.
외교통일위 소속 정 의원도 지난 11∼22일 미주반 국정감사를 위해 신청한 미국 비자 심사가 ‘검토 중(Under Review)’ 단계에 머물러 구주반으로 옮겨 유럽 출장을 다녀왔다. 그런데 진 위원장은 출국 예정일(11월1일)이 남았는데도 비자 발급을 ‘거부(Refused)’당했다는 점에서 미국이 입국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진 위원장은 1989년 대학 졸업 후 군 복무 중 미군을 ‘한반도 남쪽에 진주한 점령군’이라고 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다. 이와 관련, 진 위원장은 세계일보 통화에서 “관련 판결문 제출을 미측이 요구해 제출한 뒤 기다리고 있던 중 거부 통보를 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 위원장은 사면·복권받은 뒤 민주화운동으로 공인된 사안인 만큼 영문 번역 판결문을 다시 제출할 방침이다. 그는 2014년 3월 19대 국회 국방위원 시절 미 태평양사령부를 방문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군 전작권 전환과 한·미동맹 현안을 폭넓게 다루는 SCM 개최 시기가 내년 초로 연기됐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필리핀에서 개최된 제1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 참가를 계기로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과 첫 대면회담을 했다고 국방부가 이날 밝혔다. 양국 국방부 장관은 제58차 SCM의 성공적 개최가 중요하다는 점에 공감하면서, 이를 위해 12월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하고, 2027년 초에 SCM을 개최하기로 했다.
한·미 국방부 수장이 마주 앉는 연례 최고위급 안보협의체가 당해 연도에 열리지 못한 채 해를 넘기는 것은 1998년 이후 28년 만이며, 1968년 첫 SCM 이후 세 번째일 정도로 이례적이다. 전작권 전환 등을 놓고 양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