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1월 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2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3.75∼4.00%로 동결했다. 지난달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이후 추가 인상 없이 금리 수준을 유지하며 일단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3년 2개월만에 금리 인상 뒤 숨고르기
연준은 이날까지 이틀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은 12명의 FOMC 위원(연준 이사 및 지역연방준비은행총재) 가운데 찬성 10명, 반대 2명으로 이뤄졌다. 리사 쿡 연준 이사와 베스 해맥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해야 한다며 반대표를 던졌다.
연준은 이날 성명에서 “경제활동은 강력한 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며 지정학적 불확실성에도 국내 지출이 탄탄하고 생산성과 자본 투자가 견조하다고 평가했다. 고용에 대해서는 일자리가 노동력 증가에 맞춰 늘어나고 있으며 실업률도 큰 변동이 없다고 밝혔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끝냈다기보다 추가 긴축에 앞서 경제 상황을 살피기 위한 일시적인 ‘숨 고르기’로 풀이된다. 지난달 3년 2개월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연준이 이번에는 금리를 동결했지만, 미·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를 고려하면 추가 금리 인상 필요성은 여전히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연준은 지난 9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뒤 주요 인사들이 잇따라 추가 인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 시장도 동결을 점쳐왔다. 지난달 금리 인상 이후 그 효과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시행한 통화 긴축 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는 데 압도적인 공감대가 있다”며 “그러나 아직 확고한 결론은 없다”고 설명했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금리 인상 이후 일부 기업과 가계의 금융·신용 여건이 긴축됐다며 앞으로 발표될 경제지표가 적절한 통화정책 방향을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다만 “실물경제는 분명히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지나치게 높다”고 강조했다.
◆금리 인상 반대해온 트럼프…선거 영향 있나
미국의 물가와 경기 상황만 놓고 보면 연준이 금리 인상을 이어가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9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에너지 가격 급등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 올랐다. 전월 대비로는 0.6% 올라 지난 4월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4.2%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고용시장 악화를 우려해 서둘러 긴축을 멈춰야 할 필요성도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워시 의장은 이날 12월 인상 여부와 관련한 질문에는 확답을 피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데도 이번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물가안정을 달성하는 것은 달력에 정해진 특정 날짜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번 금리 결정은 오는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를 불과 엿새 앞두고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관심이 쏠린다. 워시 의장을 임명한 트럼프 대통령은 금리 인하를 촉구해온 바 있다. 워시 의장은 중간선거가 금리 동결 결정에 영향을 미쳤느냐는 질문에 “정치는 이번 결정에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지난 이틀간 동료들과 회의하면서 정치나 선거에 관한 언급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