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야마모토가 되고 싶다” 삼성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 선발 아닌 마무리로 2026년 가을의 전설이 될까 [남정훈의 비욘드 더 그라운드]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내가 야마모토가 되면 좋겠다”

 

삼성 ‘푸른 피의 에이스’ 원태인이 플레이오프(PO, 5전3승제) 2차전을 앞두고 남긴 포부다. ‘사무라이 재팬’과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의 에이스인 야마모토 요시노부는 지난해 가을, 전설이 됐다. 21세기 들어 단일 포스트시즌 역사상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포스를 뿜어냈다. 지난해 포스트시즌에서 6경기 37.1이닝을 던져 5승1패 평균자책점 1.45를 기록했다. WHIP이 0.78에 불과할 정도로 완벽한 피칭이었다.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9회초 삼성 마무리 투수로 나선 원태인이 승리 후 강민호와 함께 세리머니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9회초 삼성 마무리 투수로 나선 원태인이 승리 후 강민호와 함께 세리머니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원태인이 야마모토가 되고 싶다는 얘길 한 건, 선발로만 던져서가 아니다. 야마모토는 월드시리즈 6차전에 등판해 6이닝 1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뒤 다음날인 7차전에도 등판했다. 전날 96구를 던졌으니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을 게 분명 했지만, 팀을 위해 마운드에 오른 야마모토의 포심은 무려 97마일까지 나왔다. 그야말로 투혼이었다. 9회말 1사 1,2루에 마운드에 오른 야마모토는 첫 타자에게 몸에 맞는 공을 허용해 1사 만루에 몰렸지만, 후속 두 타자를 범타로 잡아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연장 11회까지 마운드를 혼자 책임지며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2연패를 이끌었다. 월드시리즈에서만 선발승 2개, 구원승 1개를 챙긴 야마모토는 당연히 MVP를 차지했다.

 

사자군단을 대표하는 토종 선발 에이스지만, 원태인은 이번 가을 익숙하지 않은 보직에 나서고 있다. 오른쪽 전거근 부상으로 인해 이탈한 마무리 김재윤의 역할을 대신해 맡고 있다. 삼성 투수진의 ‘비밀 카드’인 셈이다.

 

원태인은 1차전부터 불펜에서 대기했다. 1차전을 앞두고 미출전 선수 명단에 후라도와 원태인이 아닌 후라도와 최원태가 오른 게 힌트였다. 미출전 선수를 두 명까지만 올릴 수 있어 원태인의 이름을 뺀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박진만 감독은 원태인을 불펜으로 활용하기 위해 뺀 것이라고 1차전 패배 후 밝혔다.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삼성 원태인이 9회초 등판하며 최일언 투수코차에게 공을 받고 있다. 뉴스1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삼성 원태인이 9회초 등판하며 최일언 투수코차에게 공을 받고 있다. 뉴스1
27일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9회 초 삼성 원태인이 공을 던지고 있다. 뉴시스
27일 대구 수성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 9회 초 삼성 원태인이 공을 던지고 있다. 뉴시스

1차전 2안타 빈공에 시달렸던 삼성 타선은 2차전에 홈런포 2개 포함 대폭발하며 8회까지 8-3으로 앞섰다. 5점차. 여유 있는 리드였지만, 박진만 감독은 9회 마운드에 원태인을 올렸다. 확실하게 잡고 가겠다는 의도였다. 원태인은 빼어난 구위를 선보이며 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로 1이닝을 처리하며 박진만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29일 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리는 KIA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은 원태인 개인뿐만 아니라 삼성 투수진 전체의 향방이 달린 경기다. 원태인이 2차전 마무리로 나섰기 때문에 삼성은 3차전 선발로 최원태를 당겨쓴다. 히어로즈-LG 시절만 해도 가을만 되면 약해졌던 최원태였지만, 지난해 삼성으로 FA 이적한 뒤엔 ‘빅게임 피처’로 거듭났다. 후라도와 원태인이 와일드카드 결정전 1,2차전에 등판하느라 최원태가 SS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 등판이라는 중책을 맡았을 때만 해도 박진만 감독의 선택이 무모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최원태는 6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로 자신을 향한 우려를 단번에 불식시켰다. 한화와의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7이닝 1실점 호투로 ‘가을 울렁증’에서 벗어났다.

 

삼성으로선 최원태가 호투해 리드 상황을 잡고, 원태인이 마무리로 올라 경기를 매조지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그렇게 되면 원태인은 4차전 선발로도 나설 수 없다. 공석이 된 4차전 선발로는 1차전에 나섰던 크리스 페덱을 당겨쓸 수도 있고, 사토시+장찬희, 이른바 ‘1+1’ 전략을 쓸 수도 있다.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삼성 원태인이 역투하고 있다. 뉴스1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9회초 마운드에 오른 삼성 원태인이 역투하고 있다. 뉴스1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9회초 삼성 마무리 투수로 나선 원태인이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2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9회초 삼성 마무리 투수로 나선 원태인이 승리 후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어쩌면 박진만 감독은 김재윤의 이탈로 빈 마무리 자리를 아예 원태인으로 메우려 했는지도 모른다. 삼성을 대표하는 토종 에이스지만, 이번 가을에는 수호신으로 나서는 원태인. 그는 과연 지난해 가을 전설을 써내려간 야마모토처럼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 수 있을까. 선발로 나서진 않아도 철벽 마무리가 되어 삼성에게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안긴다면 2026년 가을, 원태인은 전설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