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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음반까지 낸다…KPR, 로봇을 아티스트로 만든 이유

공연 넘어 콘텐츠 사업 확장…제작비·상용화가 관건

로봇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드럼을 연주한다. 음반을 발매하고 뮤직비디오에도 등장한다. 공장과 물류창고에서 일하던 로봇이 공연과 광고,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KPR 제공
KPR 제공    

국내 종합커뮤니케이션그룹 KPR이 로봇 아티스트 그룹을 선보인 가운데 현대자동차와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들도 로봇을 활용한 콘텐츠 제작에 나서고 있다. 기술력을 보여주는 일회성 시연을 넘어 소비자와 직접 만나는 브랜드 콘텐츠로 활용하려는 시도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KPR과 자회사 브라이트벨 크리에이티브 그룹은 로봇 아티스트 그룹 '치치앤키키(CHICHI & KIKI)'를 공개하고 첫 앨범 'VERSION 1.0: HELLO, WORLD!'를 발매했다.

 

치치앤키키는 휴머노이드 로봇 '치치'와 4족보행 로봇 '키키'가 주축이다. 두 개의 로봇 팔을 갖춘 '로그'도 객원 드러머로 참여한다. 첫 앨범에는 'MAGIC.EXE', 'TUTORIAL', 'PATCH NOTES' 등 3곡을 담았다.

 

단순히 로봇에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게 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서로 다른 신체 구조를 가진 로봇 3종이 같은 음악에 맞춰 움직이도록 별도의 공연 시스템을 개발했다.

 

브라이트벨은 로봇의 균형과 무대 동선, 동작 전환 시점을 조정하는 소프트웨어 4종을 자체 제작했다. 3분 이상 이어지는 공연에서도 로봇들이 서로 충돌하거나 위치를 벗어나지 않도록 동작을 설계하고 반복적인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다.

 

공연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외부 개발자와 연구자에게 공유한다는 점도 눈에 띈다. KPR은 개별 동작 50종과 약 9분 분량의 공연 데이터를 공식 홈페이지와 깃허브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올해 1월 사내 해커톤에서 출발한 프로젝트가 9개월 만에 정식 콘텐츠로 나온 셈이다. KPR은 앞으로 음원과 공연뿐 아니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도 로봇 아티스트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는 로봇을 브랜드 홍보에 활용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2021년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를 기념해 방탄소년단(BTS)과 로봇이 함께 춤추는 영상 '웰컴 투 더 패밀리 위드 BTS'를 공개했다.

 

영상에는 4족보행 로봇 '스팟'과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등장했다. BTS의 안무를 따라 하고 단체 군무까지 선보이는 방식으로 로봇 기술을 알렸다.

 

디즈니는 로봇을 관람객이 직접 만나는 캐릭터로 활용하고 있다.

 

디즈니가 개발한 소형 로봇 'BDX 드로이드'는 스타워즈 세계관을 바탕으로 제작됐다. 관람객 주변을 이동하며 반응하고 상호작용하는 방식이다.

 

2023년 디즈니랜드에서 시험 운영을 시작했으며, 2025년에는 디즈니의 주요 행사와 기술 콘퍼런스에도 등장했다. 로봇을 놀이공원과 영상 콘텐츠에 활용할 수 있는 캐릭터로 발전시키려는 사례다.

 

중국 로봇 기업 유니트리(Unitree Robotics)는 대형 공연을 통해 기술력을 알렸다. 지난해 1월 중국 춘절 갈라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H1' 16대가 인간 무용수들과 함께 전통춤을 선보였다.

 

로봇들은 음악에 맞춰 이동하며 손수건을 돌리는 동작까지 수행했다. 장이머우 감독이 연출한 이 공연은 여러 대의 로봇을 동시에 제어하는 기술을 대중에게 보여준 사례로 평가된다.

 

기업들이 로봇 공연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기술을 소비자가 직접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로봇과 BTS의 협업으로 로보틱스 사업을 홍보했고, 유니트리는 대형 무대를 통해 제품의 운동 성능을 선보였다. 디즈니는 로봇을 관람객 경험과 캐릭터 사업에 연결했다.

 

결국 관건은 반복 제작과 상용화다. 공연 한 편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기업 행사나 광고, 공연장 등에서 꾸준히 활용할 수 있어야 사업성이 생긴다.

 

KPR이 공개를 예고한 동작·공연 데이터도 외부 개발자의 재사용과 후속 콘텐츠 제작으로 이어질지가 중요하다.

 

로봇을 공연에 등장시키는 일은 이미 여러 기업이 시도했다. 앞으로는 얼마나 자연스럽게 움직이는지뿐 아니라 소비자가 다시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지속적인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