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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서 또 지게차 사망사고…유족 “안전 매뉴얼도 안 지켜져”

민주노총 제주본부와 기자회견…진상 규명 촉구
“무면허 위험 작업 지시 철저히 조사해야”
어린 자녀 3명 키우던 가장

제주 지게차 사망사고 유족과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29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철저한 진상 규명과 실효성 있는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제주도내 한 물류업체 소속으로 일하던 A(44)씨는 지난 23일 제주시 구좌읍 한 축사에서 화물차에 실린 지게차를 몰고 내리던 중, 전도된 지게차에 깔려 숨졌다. 당시 A씨는 혼자서 지게차로 화물차에 적재된 사료를 옮기기 위해 준비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 이후 농장주가 발견해 119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 지게차 사망사고 유족과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29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 지게차 사망사고 유족과 민주노총 제주본부가 29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A씨는 지게차 운전기능사 국가기술자격을 취득했으나, 3t 미만 지게차 운전에 필요한 ‘건설기계 조종사 면허’는 별도로 발급받지 않은 상태였다. A씨는 3명의 어린 자녀를 둔 가장이었던 것으로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날 A씨의 형은 “입사 면접 때도 지게차 면허가 없다고 분명히 밝혔음에도, 회사 측은 지난해 8월 입사 이후 1년 넘게 지게차 업무를 지시했다”며 “성실하고 착실하던 동생은 부당하고 위험한 지시에도 가족을 위해 일했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이어 “사고 당일 태풍 영향으로 제주에 많은 비가 내렸음에도 안전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홀로 지게차 업무를 하다가 결국 외진 곳에서 소리 한번 질러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고 호소했다. 또한 “이전에 해당 지역을 담당하던 직원이 ‘혼자 할 일이 아니다’라며 인력 충원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해당 직원의 계약이 해지된 뒤 동생이 투입되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A씨의 형은 “지난 6월 하나로마트 지게차 사고 유족이 지인이어서 슬픔을 위로했는데, 몇 달 뒤 똑같은 사고의 유족이 되어 그 지인에게 위로를 받았다”며 “다시는 동생 같은 사례가 반복되어선 안 된다.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고 응당한 책임을 물어달라”고 촉구했다. A씨의 아내 역시 “남편이 업무 지시를 받을 때면 ‘이걸 어떻게 하지’, ‘이렇게 하면 안 되는데’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지난 6월 도내 하나로마트에서 지게차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4개월 만에 유사한 비극이 반복됐지만, 사건 경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수사당국은 무면허 사실을 알고도 지게차 작업을 지시한 주체가 누구인지, 작업계획서가 제대로 작성되었는지, 현장 위험 요인이 충분히 파악되었는지 등 진상을 철저히 조사해 유족과 지역사회에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A씨의 죽음은 제주에 만연한 산업재해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하나로마트 사고 이후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던 제주도와 노동부 역시 유사 사고를 막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