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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당만 간다고?…대전 사람들은 칼국수가 더 유명하다고 말한다 [여행+]

밀가루가 바꾼 ‘대전의 맛’…2026 누들대전축제 11월 13∼15일 서대전시민광장…무료 입장, 성심당·칼국수 함께 즐기기
누들대전축제의 셰프 쿠킹쇼 무대. 출연자들이 요리대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누들대전축제의 셰프 쿠킹쇼 무대. 출연자들이 요리대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대전에서 유명한 성심당 빵과 칼국수 한 그릇을 함께 맛볼 이유가 하나 더 생긴다. 면 요리 축제 ‘2026 누들대전축제’가 11월 13일부터 15일까지 대전 중구 서대전시민광장에서 열린다. 두 음식은 모두 한국전쟁 무렵 철도를 타고 대전으로 모여든 밀가루에서 뿌리를 내렸다. 성심당이 밀가루 두 포대로 대전역 앞에 찐빵 천막을 친 지 올해로 70년이다.

조명이 켜진 누들대전축제 행사장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흰 천막 부스 사이 광장에 줄 조명이 걸리고, 맨 끝 무대에 불이 밝혀져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조명이 켜진 누들대전축제 행사장을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 흰 천막 부스 사이 광장에 줄 조명이 걸리고, 맨 끝 무대에 불이 밝혀져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29일 한국관광공사 관광정보와 주최 측 포스터에 따르면 축제는 대전일보사가 주최·주관하고 대전시가 후원한다. 사흘 모두 오후 9시까지 열리고, 주말인 14~15일은 낮 12시에 문을 연다. 입장은 무료이고 먹거리와 일부 체험만 돈을 낸다.

 

대전 빵 축제 판매대에 쟁반마다 노릇한 빵이 수북이 쌓여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대전 빵 축제 판매대에 쟁반마다 노릇한 빵이 수북이 쌓여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26년 전 대표음식엔 빵도 칼국수도 없었다

 

대전시는 지난 4월 10일 대표음식육성위원회를 열어 빵·칼국수·두부두루치기를 ‘대전의 맛 3선’으로 지정했다. 2000년 정한 ‘대전 6미’ 이후 26년 만의 전면 개편이다.

 

2000년의 6미는 숯골냉면, 구즉도토리묵, 대청호 민물고기 매운탕, 삼계탕, 돌솥밥, 설렁탕이었다. 이번에는 시민 4314명이 참여한 온·오프라인 조사에서 세 음식이 모두 상위권에 올랐다.

 

시는 전문가 판단에만 기대던 이전 방식에서 벗어나 시민 참여로 대표음식을 골랐다는 데 의미를 뒀다.

 

대전 중구 은행동 성심당문화원 한쪽에 옛 제빵 기계와 ‘밀가루’라고 적힌 원조 밀가루 포대가 놓여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대전 중구 은행동 성심당문화원 한쪽에 옛 제빵 기계와 ‘밀가루’라고 적힌 원조 밀가루 포대가 놓여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밀가루가 모인 역, 열차 손님이 찾던 국수

 

대전시 소식지 ‘대전이즈유’에 따르면 대전 밀가루 음식의 뿌리는 한국전쟁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에서 밀을 원조받으면서 이를 나눠 보낼 거점으로 경부선과 호남선이 만나는 대전에 밀 보급소가 들어섰다.

 

그 결과 대전은 다른 지역보다 밀가루를 구하기 쉬웠고, 임금을 밀가루로 받는 노동자도 많았다. 축제 누리집도 “미국의 구호물자인 밀가루가 철도로 운송되면서” 면 요리가 유명해졌다고 소개한다.

 

특히 대전역은 국수의 무대였다. 열차가 서는 동안 승객들은 허기를 달래려 칼국수와 가락국수를 찾았다. 이후 정차 시간이 크게 줄면서 가락국수는 점차 자취를 감췄고, 칼국수가 그 명맥을 잇고 있다.

 

대전 중구의 한 칼국숫집에서 내놓은 바지락칼국수. 조개와 애호박 위에 김가루를 얹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대전 중구의 한 칼국숫집에서 내놓은 바지락칼국수. 조개와 애호박 위에 김가루를 얹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지금 남은 칼국숫집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곳으로 꼽히는 대선칼국수는 1954년 대전역 앞에서 긴 나무 의자를 놓은 포장마차로 시작했다.

 

1961년 문을 연 신도칼국수는 냉면집을 하던 창업주가 대전역 짐꾼과 마차꾼을 배불리 먹일 음식을 고민하다 칼국수를 내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칼국수는 지금도 대전 사람들의 일상이다. 대전연구원 조사에서 2023년 말 기준 대전의 칼국숫집은 700곳이 넘었다. 인구 1만명당 5곳꼴로 전국 특별·광역시 가운데 가장 많다.

 

대전 동구 신도칼국수에 걸린 액자. ‘1961년 창업’ 문구 아래 시대별 칼국수 그릇과 당시 값을 나란히 붙여 놨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대전 동구 신도칼국수에 걸린 액자. ‘1961년 창업’ 문구 아래 시대별 칼국수 그릇과 당시 값을 나란히 붙여 놨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성심당문화원 전시 공간. 벽에 걸린 부부 모습의 부조 아래 옛 오븐이 놓여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성심당문화원 전시 공간. 벽에 걸린 부부 모습의 부조 아래 옛 오븐이 놓여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밀가루 두 포대로 시작한 빵집, 올해 일흔 살

 

성심당도 대전역에서 시작했다. 성심당에 따르면 함경남도 함주에서 흥남부두를 거쳐 피란한 창업주 임길순씨 가족은 전쟁이 끝난 뒤 서울로 가던 기차가 대전역에서 고장 나자 대전에 머물기로 했다.

 

임씨가 목척교를 건너 대흥동 성당을 찾아가자 오기선 신부가 밀가루 두 포대를 내줬다. 아내 한순덕씨는 빵 장수들에게 기술을 배워 대전역 앞에 천막을 치고 찐빵을 팔았다. 1956년 10월의 일이다.

 

가게는 1958년 동구 중동으로, 1967년 중구 은행동으로 옮겼다. 1980년 튀김소보로가 나왔고, 2012년에는 대전역에 다시 매장을 냈다. 천막을 친 지 56년 만이었다.

 

밀가루 두 포대로 시작한 빵집은 이제 밀을 직접 기른다. 2024년 10월 ‘밀밭농원’에 처음 밀을 뿌려 지난해 6월 첫 수확을 했다. 올해 5월에는 창업 70주년을 맞아 기념 전시 ‘오래된 진심’을 열고 기념빵 ‘성심밀밭순정’과 ‘밀밭통밀식빵’을 내놨다.

 

성심당 매장의 빵 진열대. 뒤편 ‘성심밀방앗간’ 간판 아래에서 제빵사들이 빵을 만들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성심당 매장의 빵 진열대. 뒤편 ‘성심밀방앗간’ 간판 아래에서 제빵사들이 빵을 만들고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세계 면 요리부터 젓가락 만들기까지

 

축제장의 중심은 여러 나라 면 요리를 맛보는 ‘글로벌 누들존’이다. 유명 셰프가 나오는 ‘스타셰프 쿠킹쇼’와 역대 축제를 돌아보는 누들 주제관, 지역 조리학과 학생들이 겨루는 누들마스터경연대회, 푸드트럭존도 꾸려진다.

 

아이와 함께 즐길 체험도 있다. 누들컵 만들기와 나만의 젓가락 만들기, 페이스페인팅, 인생네컷을 본뜬 ‘누들네컷’이 마련되고, 무대에서는 라면 맞히기와 누들컵 쌓기 같은 놀이가 이어진다.

 

누들대전축제 행사장 한쪽에 옛 가게처럼 꾸민 사진 구역. 오른쪽 안내판에 ‘2024 누들대전 FESTIVAL’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누들대전축제 행사장 한쪽에 옛 가게처럼 꾸민 사진 구역. 오른쪽 안내판에 ‘2024 누들대전 FESTIVAL’이라고 적혀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한편 중구 은행동 성심당 본점은 연중무휴로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전용 주차장이 없어 차를 가져가면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