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저명한 물리학자의 강연을 들었다. 이제 기후위기는 존재 여부를 논쟁할 단계가 아니었다. 2024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5도 높았다. 인간의 산업활동과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를 뜨겁게 만들었다는 과학적 증거도 충분하다.
강연에서 특히 마음에 남은 말은 ‘공생’이었다. 자연은 서로 의존하며 살아간다.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놓는 동안 인간은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놓는다. 그런데 동물과 인간의 관계도 과연 공생이라 부를 수 있을까.
현재 전 세계에는 인간보다 훨씬 많은 수의 닭이 살지만, 대부분 인간의 먹거리가 되기 위해 태어나 밀집된 공간에서 짧은 생을 보낸다. 소와 돼지를 비롯한 수많은 동물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삶을 바라보면 인간은 동물과 공생한다기보다, 일방적으로 그 생명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묻게 된다. 축산이 온실가스 배출과 토지 이용 등 기후위기와도 깊이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 질문을 더욱 무겁게 한다.
그렇다고 당장 모두에 육식을 그만두라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인 해답이 아닐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지금의 방식이 유일한 방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사육환경을 개선하고 동물복지 축산을 확대하며, 육류 소비를 조금씩 줄이고 대체육 기술과 채식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 역시 변화다. 비용과 시설 문제 때문에 어렵다는 말도 있지만, 소비자의 선택이 달라지면 생산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실제로 방사 사육 달걀이나 동물복지 축산물을 선택하는 소비자와 기업이 늘고 있고, 이러한 수요와 축산농가를 연결하려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다. 즉, 동물복지와 농가의 지속가능성이 반드시 서로 반대편에 서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후과학이 보여주는 미래는 밝지 않다. 그렇다고 이미 결정된 미래도 아니다. 인간이 먹고 소비하고 생산하는 방식을 조금씩 바꾼다면 동물에게도, 환경에도 지금보다 나은 선택지는 만들어질 수 있다. 우리가 당연히 여겨온 방식을 돌아보고 바꾸려는 데서 ‘공생’은 시작되는 게 아닐까.
박주연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