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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협상 끝내 결렬… 27조 체코원전 ‘팀코리아’ 균열

한수원, 대우건설과 협상종료

세계 첫 상용 특수원전… 전례 없어
양측 제시금액 1조원 넘게 차이나

한수원 “2027년 7월 새 시공사 선정”
2018년 이후 양측 협력 중대 기로
원자로 설비 등 기존 계약은 무관

약 27조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을 함께 추진해 온 한국수력원자력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의 시공계약 협상이 끝내 결렬됐다. 공사비 산정 방식과 설계 변경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 계약조건 등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한국형 원전의 유럽 진출을 위해 손잡았던 ‘팀코리아’ 내부에 균열이 생기면서 향후 사업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거나 해외 원전 수주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수원은 29일 대우건설·두산에너빌리티 컨소시엄과 진행해 온 체코 두코바니 원전 주설비공사 시공계약 협상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양측은 최근 15개월간 최고경영자(CEO) 면담 2회와 실무회의 78회, 이견조정위원회 11회 등을 진행했지만 주요 계약조건에 대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원전 사업 계약을 한 체코 두코바니 전경 모습. 한수원 제공
한국수력원자력이 신규원전 사업 계약을 한 체코 두코바니 전경 모습. 한수원 제공

양측이 최종 협상에서 제시한 공사금액은 1조원 넘게 차이가 났다. 최일경 한수원 사업총괄부사장은 “최종 협상에서 공사금액을 10% 증액해 제시했지만 양측의 금액 차이가 1조원을 넘었다”며 “프로젝트 전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였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은 향후 공사 물량이 늘어날 경우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였다. 한수원은 기본설계 단계에서 산출한 물량을 기준으로 공사금액을 확정하는 방식을 제시했지만, 컨소시엄은 상세설계 과정에서 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을 고려해 증가분에 대한 정산을 요구했다. 컨소시엄은 한수원이 계약금액과 공사 단가를 낮추도록 요구한 것에도 머리를 저었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린 데는 두코바니가 세계 최초로 상용 건설되는 특수 원전인 만큼, 공사 물량과 비용을 사전에 정확히 산정하기 어려운 점이 컸다. 두코바니 원전은 한국형 APR1000 노형이 처음 적용되는 사업이다. 기존에 동일한 노형으로 건설을 완료한 사례가 없어 상세설계와 실제 시공 과정에서 공사 물량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 오류 등에 따른 책임 소재도 쟁점이 됐다. 대우건설은 “한수원이 수행한 설계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면 시공사 책임으로 간주하고, 설계 오류로 재공사가 발생하더라도 추가 비용을 보상받기 어렵도록 하는 계약조건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대우건설은 “기본설계 및 상세설계 과정에 전혀 관여할 수 없는 단순 시공 컨소시엄에 공사 물량을 높은 비율로 감당하라는 조건은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한수원은 공사비 총액을 확정하는 방식이 국내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건설사업에서도 적용됐고, 계약금액 감액 요구도 외부 전문기관의 검증 등을 근거로 한 정당한 조치여서 부당하게 위험을 떠넘긴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양측은 계약조건 검토를 위한 시한을 놓고도 맞섰다. 컨소시엄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7일 변경된 계약안을 제시하며 29일까지 최종 입장을 요구했다. 컨소시엄은 검토 시간이 부족하다며 연말까지 협상 연장을 요청하고 계약금액을 낮춘 수정안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수원은 체코 발주사와의 신뢰 유지와 공사 지연 우려 등을 이유로 협상 종료를 결정했다. 이에 컨소시엄은 일방적인 결정이라며 반발하고 재협상을 촉구했다. 2018년부터 이어진 양측의 협력 관계는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공계약 협상 장기화에 따른 공정 차질도 일부 현실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부사장은 “시공 컨소시엄이 현지에서 수행해야 할 인허가 관련 업무의 진도가 잘 나가지 않고 있다”며 “내년 7월 건축허가를 신청해야 하는데 관련 업무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한수원은 기존 컨소시엄과의 공동협력협약 종료 절차에 착수하고 경쟁입찰을 통해 내년 7월까지 새 시공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다만 기존 협상에서 쟁점이 됐던 공사비와 위험 분담 조건을 다시 조율해야 하는 만큼 진통이 예상된다. 기존 조건을 유지하면 새 시공사와도 갈등이 빚어질 수 있고, 조건을 변경하면 기존 컨소시엄과의 협상 결렬을 둘러싼 논란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대우건설은 원가 상승과 사업 여건 변화 등을 고려하면 새 시공사의 견적금액이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최 부사장은 입찰안내서와 평가기준 마련, 관계부처 승인 등을 거쳐 내년 3~4월 입찰 공고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한수원은 기존 컨소시엄의 재입찰도 허용할 방침이다.

 

시공계약 협상 결렬과 별개로 한수원이 한국전력기술(종합설계용역), 두산에너빌리티(원자로설비 및 터빈발전기 공급)와 계약을 체결한 사업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대우건설이 컨소시엄 명의로 발표한 자료와 관련해 “회사의 공식 입장과 무관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