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대법원장의 대법관 후보자 제청 권한을 제한하고 대통령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법안 추진에 나섰다. 대법원장이 임명 예정 인원의 2배 이상을 후보자로 제청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청와대와 대법원이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문제로 대립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를 추진하는 데 이어 소속 의원들이 대법관 인선 제도 개편에도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사법부 인사 개입을 확대하는 위헌 법안이라며 반발했다.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지난 26일 이 같은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 의원 9명과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 진보당 손솔 의원 등 범여권 의원 11명이 참여했다. 현행 헌법 제104조 제2항은 대법관을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대법관 1명을 임명할 때 최소 2명의 후보자를 제청하도록 해 대통령이 이 가운데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발의 의원들은 “대법원장이 대법관 후보자 중 1명만을 제청할 수 있어 대통령과 국회의 대법관 임명 및 동의 과정에서 실질적인 선택의 여지가 제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의 대법관 임명에 관한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하고 대법원장의 제청권에 대한 견제와 균형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법안은 청와대와 대법원의 대법관 인선 갈등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나왔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월 조 대법원장이 제청한 손봉기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고 재제청을 요구했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이 헌법상 제청권을 이유로 거부하면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도 추진하기로 했다. 천준호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국정조사에서 밝혀야 할 핵심의혹을 공개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 환송 △12·3 비상계엄 당시 대법원의 대응 △대법관 재제청 논란 △업무추진비 집행과 현금 격려금 지급 의혹 △김건희 여사 재판 지연 의혹 등을 열거한 뒤 “조 대법원장은 국민의 의혹이 해소될 수 있도록 국정조사에 적극 협조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대법원장의 헌법상 제청권을 약화하고 대통령의 인사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대법원장이 가진 제청권 일부를 포기하고 대통령에게 헌납하라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는 “대법원장이 배수로 제청했는데 대통령이 재제청을 요구하면서 거부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며 “인사 핑퐁이 될 것이고, 그럴수록 대통령이 대법관 인사권을 쥐고 흔들게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개정안의 ‘대통령 선택권 보장’ 취지를 거론하며 “대통령이 자기 재판의 재판관을 마음대로 고르고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제도적으로 깔아주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대법원장 국정조사 추진에 대해서도 “대법원장을 국회로 불러 모욕과 협박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인사권을 통해 사법부를 통제, 삼권분립이 ‘삼권의 서열화’로 왜곡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