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조희대 대법원장의 ‘휴대전화 기기 변경 내역’을 조회한 것을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한 줄의 짧은 자료제출 요구서로 조 대법원장의 2년치 휴대전화 기기 변경 내역을 조회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인정보 조회가 필요한 이유나 목적은 따로 적시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태규 원내수석대변인은 29일 논평에서 “구체적인 위법 혐의도 제시하지 않은 채 대법원장의 휴대전화 교체 여부부터 추적한 것은 결론을 정해 놓고 의심의 재료를 찾는 표적 사찰과 다르지 않다”면서 이를 ‘사법부 굴복을 노린 정치사찰’로 규정했다. 김 원내수석대변인은 “국정감사라는 명분만 내세우면 사법부 수장의 개인정보까지 들여다봐도 된다는 권력 만능주의가 참으로 섬뜩하다”면서 조 대법원장 관련 자료를 누가 어떤 근거로 요구했고 개인 전화번호를 누가 열람·보관했는지 상세히 밝히라고 민주당에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법원 일각에서도 “소관 상임위도 아닌 의원이 애초에 대법원장 개인 전화번호를 어떤 경로로 확인해 자료제출을 요구한 것인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있다.
해당 자료제출을 요구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조 대법원장의 내란 가담 및 격려금 관련 증거인멸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적법한 의정 활동”이라고 주장했다. 황 의원은 그 근거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증감법) 2조를 제시했다.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면 다른 법률에도 불구하고 누구든지 자료제출 요구에 따르도록 한 조항이다. 황 의원은 또 “의혹의 시기에 한정해” 통신사에 자료를 요구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자료제출 요구서에 정보 조회가 필요한 목적과 이유는 아예 적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황 의원이 요구한 조회 기간은 ‘2024년 12월1일부터 최근’까지로 약 2년에 달한다. 황 의원과 과방위원장인 같은 당 송기헌 의원은 이날 직권남용 및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됐다.
법조계에서는 증감법 2조 규정에도 불구하고 국회가 대법원장의 휴대전화 교체 내역을 조회하는 행위의 정당성은 별개라는 지적이 나온다. “의정활동이 폭넓게 허용되는 것은 맞지만, 그 범위에도 한계는 있다”는 것이다.
김정철 변호사(전 개혁신당 최고위원)는 “국정감사라고 해서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면서 “국감 관련 각종 법률에서 허용하는 순수한 행정적 감사 목적의 범위 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법원장에 대한 수사 단서나 혐의점을 잡기 위해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은 직권남용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료제출 형태가 아닌 수사기관이 영장을 발부받아 확인해야 할 영역이라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에서 활동했던 한 변호사는 “이번 사안을 개인정보법 위반이라고 하기엔 법률상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가 많아 보인다”면서도 “삼권분립 하에서 삼부요인인 대법원장에 대해 뭔가 혐의점을 잡기 위해 통신사 조회를 하는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한 권한의 남용”이라고 비판했다. 일선의 한 부장판사는 “의정활동으로서의 폭넓은 범위를 넘어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민전 의원은 이날 운영위원회 국감에서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에게 “개인 의원이 특정 공직자의 휴대전화 변경 내역을 통신사에 요구해서 받아 보는 것은 인권침해가 아니냐”고 물었다. 안 위원장은 “법률을 구체적으로 검토를 안 해봤다”며 즉답을 피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해 5월에도 대법원이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파기환송하자 보름 뒤 돌연 ‘4인 회동설’을 꺼내 들었다. 당시 조 대법원장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 회동 당사자로 지목된 인물들 모두 의혹을 부인했다. 민주당은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인 ‘열린공감TV’의 주장 이외에 회동을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통신사로부터 “기기변경 이력 없음”이란 답변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