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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막힌 韓·美 … 소통 창구가 안 보인다 [뉴스분석]

동맹 불신 우려 갈수록 확산

北정보 공유제한·비자 거부 등
주요 현안 놓고 갈등 속출 양상
외교라인 어려움 호소 많지만
정부는 “문제없다” 위기론 부인

전문가들 “한·미 외교 핫라인 강화해야”
“현안 마찰·동맹관계 분리” 지적도
정치권선 ‘진성준 비자 거부’ 공방
野 “美 불만 표현”… 與 “시정 필요”

한·미 간 외교·안보·경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시각차가 두드러지면서 갈등 양상이 갈수록 뚜렷해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현안 시각차가 동맹 관계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극기와 성조기. 뉴시스
태극기와 성조기. 뉴시스

◆갈등 표면화… 정부는 “문제없어”

29일 외교가에 따르면, 한·미 외교 라인 등에서 양국 관계의 어려움이 여과 없이 드러나고 있다.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는 지난 21일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오찬 간담회에서 “한국과 미국이 겪고 있는 것은 일종의 터뷸런스(난기류)”라고 말했다. 강경화 주미대사도 지난 12일(현지시간) 국정감사에서 백악관과의 고위급 협의를 두고 “지금으로서는 저도 좀 답답한 정도로 제가 하고 싶은 만큼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미 간에는 쿠팡 문제와 더불어 △지난 2월 주한미군 전투기 서해 훈련을 둘러싼 논란 △3월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북한 구성 핵시설’ 발언을 계기로 불거진 대북 정보공유 제한 △6월 북한 해킹 위협 대응을 위한 한·미·일 사이버 위협 대응 실무그룹에서 국가정보원 배제 △8월 한·미 연합 을지 자유의 방패(UFS) 훈련 축소 등 이상 징후가 끊이지 않았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논의가 진전되면 양국 간 갈등도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미국 측의 불만 표출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직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과 국회 국방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의 미국 비자 발급 거부까지 더해졌다. ‘동맹 위기론’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이종석 국정원장이 29일 오전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종석 국정원장이 29일 오전 국가정보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는 ‘동맹 위기론’을 부인하고 있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은 이날 서울 국정원 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대북 정보공유가 일부 제한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그외에 정보 제한은 전혀 없다”고 답변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민주당 윤건영·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전했다. 진 위원장과 정 전 대표 등의 미국 비자 발급 보류에 대해서도 이 원장은 “미국 정책상 입국 절차가 까다로워 그런 것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동맹 위기론’ 진화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특히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조건 충족을 둘러싼 한·미 간 시각차를 좁히는 과정에서 새로운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미는 전날 강신철 국방부 장관과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부(전쟁부) 장관의 양자회담에서 연내 개최를 추진하던 한·미안보협의회의(SCM)를 내년 초로 미루기로 했다. 대신 12월 미국 워싱턴에서 별도의 국방장관 회담을 열어 전작권 전환 목표연도 설정 등 주요 쟁점을 먼저 협의하기로 했다. 국방부는 장관급 협의로 공감대를 마련한 뒤 SCM에서 최종 결정하는 “2단계(투 스텝) 접근”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관계의 이상 기류에 대해 전문가들은 소통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28일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제1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를 계기로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강신철 국방부 장관이 28일 필리핀 세부에서 열린 제13차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를 계기로 피트 헤그세스 미 전쟁부 장관과 면담을 갖고 기념 촬영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김태형 숭실대 교수는 “양국 비서실장 간 핫라인, 혹은 위트코프 특사의 카운터파트 신설 등을 통해 실무선에서 풀리지 않는 긴급 현안을 신속히 조율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현재 한·미 전략적 이해관계가 근본적으로 달라졌거나 어느 한쪽이 동맹 관계를 거부하려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중요한 것은 개별 현안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하지 못해 동맹 자체가 훼손되거나 감정적 대립으로 번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美 비자 문제로 공방

 

민주당 정청래 전 대표에 이어 진성준 국회 국방위원장의 미국 비자 발급까지 차질을 빚으면서 여야는 한·미 동맹에 미칠 파장을 놓고 충돌했다.

 

민주당은 당 차원의 공식 대응을 최소화하면서도 미국 측의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여당 간사인 홍기원 의원은 29일 “동맹국가의 외통위원이나 국방위원장에 대한 비자 발급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한·미 관계에 불필요하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문제 제기를 주문했다.

 

국민의힘은 미국의 잇따른 비자 발급 차질을 동맹 균열의 징후로 규정하며 공세를 강화했다. 신동욱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진 위원장의 하와이 방문이 무산됐다는 얘기는 한·미 관계에서 굉장히 심각한 문제”라며 “미국은 이런 방식으로 동맹국에 대한 불만을 간접적으로 표현한다”고 주장했다.

29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 화면에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합참은 이날 “12시 30분경 북한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연합
29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TV 화면에 북한 미사일 발사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합참은 이날 “12시 30분경 북한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10여 발을 포착했다"고 발표했다. 연합

한편 북한은 이날 낮 12시30분쯤 강원 원산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10여 발을 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북한 미사일은 약 250㎞를 비행했으며, 군 당국은 북한이 600㎜ 초대형방사포와 다른 종류의 방사포를 함께 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밀분석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사는 국방부가 비무장지대(DMZ) 군사분계선(MDL) 일대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남북 군사당국 회담을 지난 23일 제안했으나 북한이 호응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