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 간판을 내려놓은 지 올해로 10년이다. 방송국의 스튜디오 조명이 꺼진 자리에서 김소영이 손에 든 것은 마이크가 아니라 서울 당인리 골목 서점의 재고 장부였다. 퇴직금 3000만원이라는 단출한 시드머니로 시작해, 서울 합정동과 경기 수원 광교의 책방을 거쳐 뷰티와 웰니스 영역으로 판을 넓히기까지. 지난 10년의 시간은 방송인 김소영의 가벼운 외도가 아니라 한 인간이 바닥에서부터 버텨낸 질긴 마라톤이었다.
돌이켜보면 그의 선택은 늘 안전지대와 거리가 멀었다. 방송사 재직 시절 겪었던 곡절 끝에 사직서를 던지고 사업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세상은 이를 또 한 번의 반짝 이벤트성 연예인 창업쯤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세간의 시선 뒤로 김소영이 마이크를 내려놓고 뛰어든 거친 시장은 냉혹한 자본주의의 문법 그 자체였다. 야심 차게 시작했던 오프라인 쿠키 사업은 ‘많이 팔아도 적자’라는 뼈아픈 깨달음만 남긴 채 문을 닫아야 했다. 높은 인건비와 재료비의 압박 속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 구조를 가감 없이 도려내는 일은, 경영자로서 그가 거쳐온 쓰린 공부였다.
실패를 버텨낸 힘은 철저한 현실 감각과 역할 분담이었다. 남편 오상진은 가사를 맡고 둘째 새벽 수유까지 도맡으며 사업으로 바쁜 아내의 공백을 든든하게 메웠다. 김소영이 외부 시장을 개척하고 브랜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베이스캠프를 단단히 지킨 것이다. 남편이 뒤를 받치는 동안, 김소영은 소비자 데이터에 집중했다. 수년간 공들여 운영해 온 책 구독 서비스 ‘책발전소북클럽’의 6년 만의 종료 역시, 감정에 얽매이지 않고 한계가 명확한 영역을 정리한 냉정한 결단이었다.
오프라인 책방과 구독 서비스라는 오랜 아날로그적 자산을 과감히 뒤로하고, 시장의 진짜 수요가 고여 있는 뷰티와 웰니스로 시선을 돌린 것은 철저히 흐름을 읽어낸 결과였다. 직접 기획하고 론칭한 스킨케어 브랜드 커브드의 아쿠아 토너패드는 출시 직후 2만 개가 순식간에 완판됐고, 자사몰 재구매율 80%를 넘기며 1년 만에 전년도 전체 매출의 3배를 찍었다. 웰니스 브랜드 세렌 역시 론칭 반년 만에 백화점 팝업 진출과 카카오톡 선물하기 입점을 이뤄내며 디자인 어워드까지 거머쥐었다.
큐레이션 커머스 브론테를 거쳐 자체 브랜드를 직접 제조·판매하는 법인 비플랜트로 사업 모델을 완전히 바꾼 과정은, 쿠팡과 토스를 발굴한 글로벌 벤처캐피털 알토스벤처스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유명 연예인의 이름값이 아니라, 철저하게 지표와 데이터로 증명한 브랜드의 생존력이 7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단독 투자라는 실질적인 성과를 빚어낸 것이다.
일각에서는 책방을 접고 화장품을 파는 행보를 두고 엇갈린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는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출산 후 체중 감량 과정이나 사업 실패의 구체적인 적자 이유를 숨기지 않고 털어놓는 태도 역시 허세를 지우고 실전의 사업가로 남으려는 단호한 자기 증명에 가까웠다.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그가 살아남은 비결은 명확하다. 사사로운 미련에 치우쳐 적자를 방치하는 대신 수익이 나지 않는 판은 과감하게 털어내고, 철저하게 데이터가 가리키는 승부처에 전력을 쏟는 것. 화려한 방송인이라는 타이틀이 완전히 지워진 혹독한 경영의 전장에서, 그는 오직 실질적인 성과와 객관적인 숫자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해 냈다.
방송국 마이크 앞을 떠나 생업의 현장에 던져진 지 10년이 지난 지금, 그가 남긴 궤적은 우리에게 묻는다. 허울 좋은 명함과 수식어가 모두 사라진 자리에서 당신은 오직 자신의 실력만으로 무엇을 증명할 수 있는가. 요란한 스포트라이트가 걷힌 어둠 속에서도 묵묵히 내일을 설계하는 실행가들의 치열한 분투야말로, 오늘도 숨 가쁘게 자기 길을 걸어가는 수많은 이들에게 깊고 단단한 이정표가 되어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