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가 서울 성수동에 400평 규모의 뷰티 전문 매장을 연다. 지난 9월 홍대에 첫 단독 매장을 선보인 지 두 달 만이다. 이번에는 약국과 전문 상담 서비스를 결합하고,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에서 찾기 어려웠던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킨다.
성수동은 CJ올리브영이 초대형 매장을 운영하는 K뷰티 핵심 상권이다. 다이소가 저가 화장품으로 고객층을 넓히고 신세계백화점의 시코르도 K뷰티 전문성을 강화하는 가운데, 무신사까지 오프라인 매장 확대에 나서면서 뷰티 유통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3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오는 11월 11일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87에 '무신사 뷰티 성수'를 개점한다. 지상 1~2층, 전용면적 약 400평(약 1300㎡) 규모로 스킨케어·메이크업·향수·헤어·바디케어 등 약 700개 브랜드의 상품 1만여개를 선보인다.
전체 입점 브랜드 가운데 99개는 무신사 뷰티 오프라인 매장에 처음 들어온다. 전체의 약 15%다. 코스알엑스와 바이오더마, 질스튜어트 뷰티, 아멜리 등을 비롯해 더이유·리쥬엑셀·인피덤 등 더모 브랜드를 취급한다. 키보의 이어패치, 아쿠엘라의 샤워장갑 등 신진 브랜드의 특색 있는 제품도 소개한다.
매장 1층에는 신진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소개하는 '넥스트 뷰티'존과 메이크업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터치업 바'를 마련한다. 약 15평 규모의 브랜드 단독 팝업 공간도 운영한다. 독립 매장을 열기 어려운 인디 브랜드에 소비자 반응을 확인할 기회를 제공하려는 취지다.
2층은 헤어·바디·덴탈·남성 케어 제품을 중심으로 꾸민다. 인기 상품을 소개하는 랭킹존과 피부 고민별 더모 브랜드를 모은 공간도 들어선다.
차별화 전략은 '파머시 뷰티'다. 홍대점에 이어 성수점 2층에도 '뷰티온누리약국'이 입점한다.
여드름·피부 트러블, 기미·색소, 탈모, 건조·보습 등 고객의 고민에 따라 상품을 분류한다. 홍대점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요가 높은 약 100개 브랜드를 선정해 일반의약품과 더마코스메틱, 스킨케어 제품 등을 갖춘다.
고객은 약사에게 상담을 받고 피부 상태와 관리 목적에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다. 화장품을 직접 발라보는 체험에 전문 상담을 결합해 매장 방문 이유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매장 디자인에도 공을 들였다. 과거 자동차 정비소였던 건물의 철골 구조를 유지하면서 무신사 뷰티의 상징색인 코랄을 외관과 내부에 적용했다. 공간 설계에는 상하이 기반 건축·인테리어 스튜디오 AIM이 참여했다.
무신사가 성수에서 마주할 경쟁 상대는 CJ올리브영이다.
올리브영은 2024년 11월 성수동에 약 1400평 규모의 '올리브영N 성수'를 열었다. 개점 4개월여 만인 지난해 3월 말 누적 방문객 100만명을 돌파했다. 당시 하루 평균 방문객은 약 8000명으로, 올리브영 전체 매장 가운데 명동타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외국인 매출 비중도 70%에 달했다. 성수가 국내 소비자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뷰티 쇼핑 상권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올리브영의 핵심 전략은 체험이다. 올리브영N 성수에서는 전문 기기를 활용한 피부·두피 진단, 퍼스널 컬러 분석, 메이크업 체험 등을 제공한다. 상품을 구매하기 전 자신의 피부 상태를 확인하고 적합한 제품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신진 브랜드 육성에서도 성과를 냈다. 올리브영이 지난해 4월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성수점에서 먼저 소개한 신규 브랜드 158개 가운데 7개가 소비자 반응을 바탕으로 전국 약 1370개 매장으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제모 전문 브랜드 '고릴라왁싱'과 헬스케어 브랜드 '스위치온' 등이 대표 사례다.
무신사와 올리브영은 모두 신진 브랜드 발굴과 체험형 매장을 내세운다. 무신사는 여기에 약국 입점과 약사 상담을 결합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뷰티 시장의 경쟁은 성수동에만 머물지 않는다. 다이소는 5000원 이하의 저가 화장품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구매 방식을 바꾸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VT코스메틱의 '리들샷'이다. 2023년 10월 다이소에서 판매를 시작한 리들샷은 초기 공급 물량이 2주 만에 모두 팔렸다. 이후 매장 입고 물량을 확대할 정도로 수요가 늘었다.
대형 화장품 업체들도 다이소 전용 제품을 내놓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미모 바이 마몽드'는 다이소 입점 4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넘어섰다.
다이소의 뷰티 매출은 2024년 전년 대비 144% 증가했고, 2025년에도 70% 성장했다. 브랜드 수도 빠르게 늘었다. 초저가 제품이 젊은 소비자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면서 뷰티가 생활용품 못지않은 핵심 상품군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뷰티 편집숍 '시코르'도 매장을 재정비하고 있다.
시코르는 지난해 12월 명동과 홍대에 각각 100평, 150평 규모의 매장을 열었다. 두 매장에는 약 230개 브랜드를 선보였다. 티르티르·정샘물·달바를 비롯해 데이지크·아렌시아·아이소이 등 국내 브랜드를 전면에 배치했다.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시코르의 올해 1~7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했다. K뷰티 브랜드 비중을 70%까지 높이고 외국인 고객이 많은 홍대·명동 상권을 공략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각 업체가 내세우는 전략은 뚜렷하다. 올리브영은 대규모 매장과 피부 진단·체험 서비스를, 다이소는 낮은 가격과 접근성을 앞세운다. 시코르는 K뷰티 브랜드 구성을 강화하고, 무신사는 인디 브랜드 발굴과 약사 상담을 결합해 시장을 공략한다.
무신사는 이미 지난 9월 홍대에 약 400평 규모의 첫 뷰티 단독 매장을 열었다. 당시 약국과 결합한 새로운 판매 방식을 선보였고, 이번 성수점 개점으로 같은 전략을 두 번째 매장까지 확대하게 됐다.
뷰티 브랜드에도 판매 채널이 늘어나는 것은 기회다. 온라인에서 인지도를 쌓은 중소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을 통해 제품을 직접 알릴 수 있고, 현장 판매 실적을 바탕으로 유통망을 확대할 가능성도 커진다.
관건은 재방문이다. 대형 매장과 팝업 행사는 초기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데 유리하지만, 실제 매출을 지속적으로 늘리려면 상품 경쟁력과 가격, 상담 서비스의 만족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무신사가 홍대에 이어 성수에서도 약국 결합형 매장을 선보이면서 소비자 선택지는 더욱 넓어질 전망이다. 올리브영이 앞서 구축한 체험형 매장 경쟁에 무신사의 파머시 전략이 얼마나 통할지가 관심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