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29일(현지시간)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의 해킹 피해를 봤다. 바이낸스는 모든 입·출금을 일시 중단하고 이용자 손실을 전액 보전하겠다고 밝혔지만 비트코인 가격은 한 달 만에 최저치로 폭락했다. 가상자산 업계 사상 최대 피해로 보안 업체들은 북한 해킹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목했다.
바이낸스 창립자인 자오창펑은 엑스(X)에 올린 글에서 “바이낸스에 대한 해킹으로 보인다”며 “사용자 자금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바이낸스는 초기 조사 결과 이번 보안 사고로 약 63억달러 상당의 자산이 유출된 것으로 추산되며, 이 가운데 약 30억달러는 스테이블코인(달러 등에 가치를 고정한 가상자산) 발행사 등 업계와 협력해 블록체인상에서 동결했다고 밝혔다.
공격자는 개발·운영 엔지니어의 노트북을 해킹한 뒤 이를 통해 내부 서비스에 접근해 승인되지 않은 출금 거래를 실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이낸스는 “지갑 개인키가 유출된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글래스노드는 유출 자산을 테더(USDT) 16억6000만달러, 비트코인 1만7985개(약 14억5000만달러), USD코인(USDC) 7억6700만달러 등 53억달러로 추산했고, 체이널리시스는 59억달러로 집계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들은 즉각 움직였다. 파올로 아르도이노 테더 최고경영자(CEO)는 해킹과 관련된 15억6700만달러어치 USDT를 동결했다고 밝혔고, 제러미 얼레어 서클 CEO도 법 집행기관과 공조해 8억달러 이상의 USDC를 동결했다고 말했다. 발행사가 특정 주소를 차단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비트코인·이더리움은 회수 수단이 없어, 바이낸스 추산대로라면 30억달러 이상이 여전히 해커의 수중에 있는 셈이다.
가상자산 분석업체 TRM랩스는 이번 공격을 북한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의 소행이라고 지목했고, 온체인 조사관 잭XBT는 북한 정찰총국 산하의 대표적인 국가 배후 해킹 조직 ‘라자루스 그룹’을 유력한 공격자로 꼽았다. 보안업체 블록에이드의 이도 벤나탄 CEO는 “역사상 최대 가상자산 해킹”이라며 공격 수법이 “북한의 작전에서 봐 온 것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종전 최대 피해였던 지난해 2월 바이비트 해킹(15억달러)도 라자루스의 소행으로 지목됐는데, 이번 피해액은 그 4배가 넘는다.
바이낸스는 2018년부터 운용해 온 약 10억달러 규모의 이용자 보호 기금(SAFU)과 회사 자금으로 손실을 메울 방침이다. 디파이라마에 따르면 사고 전 바이낸스가 보관하던 자산은 약 1440억달러로, 유출액은 이 중 4%에 해당한다.
시장은 출렁였다. 비트코인은 이날 5% 가까이 떨어져 7만7000달러 아래로 밀렸고, 이더리움은 6%, 바이낸스 자체 코인 BNB는 10% 가까이 급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