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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응급실 압수수색’ 경찰, 사과했지만…아주대 센터장 ‘사표’

경찰이 소아 환자 사망 사건 수사를 위해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의료센터를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 의료계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의료계는 필수 의료 현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원칙적으로 제한해야 한다며 수사 가이드라인 초안을 11월까지 마련하라고 경찰에 촉구했다. 논란 확산에도 고개를 숙이지 않던 경찰 수뇌부가 아주대병원을 찾아 유감 표시를 했지만, 소아응급센터장은 “납득할 답변을 듣지 못했다”며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30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규탄 및 진료권 보호 촉구 긴급기자회견'에서 이지숙 아주대 소아응급의료센터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규탄 및 진료권 보호 촉구 긴급기자회견'에서 이지숙 아주대 소아응급의료센터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소아응급의학회와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협의회는 3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규탄∙진료권 보호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응급실 성역 아니다…잠재적 범죄자 가정에 의료진 위축”

 

이들은 “경찰은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건, 의료진 위협 사건 등에 출동해 도움을 주는 응급실의 든든한 도우미이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함께 지키는 동반자∙동업자”라며 “저희는 경찰과 대립하거나 책임을 추궁하려는 게 아니며, 진료 과정에서 명확한 과실이 있었는지 확인이 필요하다면 언제나 수사에 성실히 협조할 것이다. 응급실은 결코 성역이 아니며 환자의 죽음을 누구보다 엄숙하고 무겁게 받아들이는 공간”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그러나 응급실은 굳이 수사관이 진료 공간에 직접 들어오지 않더라도, 폐쇄회로(CC)TV와 전산 기록, 부검을 통해 그 어느 곳보다 투명하게 진료 과정과 원인을 증명할 수 있는 곳”이라며 “최선을 다했는데도 사망한 아이를 치료한 의료진을 처음부터 잠재적 범죄자로 가정하고, 진료 구역에 들이닥쳐 영장을 집행하는 방식은 현장 의료진을 극도의 공포와 위축으로 몰아넣어 방어진료를 하게 하고, 최선의 결단을 내리지 못하게 한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아픈 아이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의료진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됐다. 김도균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협회장은 “지금은 굉장히 위태로운 시기”라며 “11월 말부터 12월까지는 신규 전문의와 전임의가 지원하고 인턴들이 전문 과목을 선택하는 시기이다. 소아응급의료에 참여하도록 후배들을 설득해 온 노력이 이번 사태 하나로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근무하는 교수들도 대부분 1년 계약직으로 내년 2~3월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며 경찰의 이번 압수수색이 현장의 인력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3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규탄 및 진료권 보호 촉구 대한소아응급의학회 긴급기자회견 중 이지숙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3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소아응급실 압수수색 규탄 및 진료권 보호 촉구 대한소아응급의학회 긴급기자회견 중 이지숙 아주대병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소아응급의료센터장도 사표…“아직 정상 진료 중”

 

이번 의료계의 반발은 지난 7월 청색증으로 응급처치를 받던 영아가 사망한 사건이 발단이 됐다. 부모가 의료진을 고소했고, 경찰은 진료 중인 응급실을 지난달 30일 압수수색한 것이다. 경찰은 “불가피한 수사였다”며 지속해서 유감 표명 수준에 그쳐 논란을 키웠다. 결국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의 전문의들이 사직 의사를 밝혔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비판이 커지자 경찰은 전날 아주대병원을 찾아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숙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장은 “응급 의료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압수수색 당사자의 상처에 공감하며 사과했다”면서도 “(당시에) 경찰과 과학수사대가 왜 진료 현장에 들어왔는지, 지난달 30일 왜 예고 없이 압수수색했는지 납득할 만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의료진의 사의 표명이 ‘집단행동’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대부분 사의를 표현했지만 단체로 사직서를 내는데 동의하지 않는다고 설득했고, 많은 분이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며 “저는 어제 병원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센터에서는 전문의 9명이 모두 정상 진료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센터장은 “집단사의, 집단행동과 같은 표현은 환자∙보호자를 불안에 떨게 하므로 자제해 달라”며 “저희는 이번 사태에서 어떤 목적을 이루기 위해 프레임을 걸고 집단행동을 하는 게 아니다. 사직서 제출 여부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각각 개인의 사정에 모두 다르다”고 했다.

 

김택우 의사협회 회장도 이날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의협은 김 회장을 시작으로 시위를 이어갈 예정이다. 김 회장은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수사당국은 의료계와 충분한 사전 협의를 거쳐 환자와 의료진을 보호하면서도 필요한 수사가 이뤄질 수 있는 명확한 수사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이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기남부경찰청의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 규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장이 30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경기남부경찰청의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 압수수색 규탄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필수 의료 현장 압수수색 원칙적 제한 돼야”

 

의료계는 이번 사태가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필수 의료 현장에 대한 압수수색을 원칙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류정민 대한소아응급의학회 회장은 “불가피한 경우 사전 협의와 법원 영장 심사 과정에서 의료 전문가의 의견이 필수적으로 반영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며 “임의제출이나 자발적 협조가 가능한 자료에 대해 무분별하게 영장을 집행하는 관행을 차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통제 장치가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 통상적인 환자 사망 건에 대한 과도한 현장 조사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응급실 내 환자 사망 시에는 의료법에 따라 엄격한 검시와 부검 등의 절차가 정식으로 진행된다”며 “그런데도 보호자의 112 신고나 경위 확인 요청 시 진료실을 범죄 현장처럼 취급하는 현재의 관행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의료계는 현재 경찰과 보건복지부가 협의를 통해 준비 중인 수사 가이드라인의 초안을 11월 말까지 투명하게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