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 고조로 화석연료 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CATL과 고션하이테크 등 중국 에너지저장장치(ESS) 제조사들이 해외 친환경 에너지 프로젝트 수요 확대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 시장 둔화로 공급망 전반의 주가가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중동과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늘어난 대규모 신재생에너지 연계 수요가 이를 상쇄하는 양상이다.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동 분쟁 여파로 화석연료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BESS)에 대한 수요가 중동 및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컨설팅업체 워터록 에너지 이코노믹스의 루카스 장 류퉁 이사는 태양광과 풍력 발전에 BESS를 결합한 시스템이 아시아 지역의 신규 액화천연가스(LNG) 복합화력발전과 비교해 비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대규모 태양광 부지를 확보한 국가들을 중심으로 중국산 BESS 수요가 향후 수년간 크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점유율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인포링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출하량 기준 글로벌 상위 10개 BESS 통합업체 중 9곳이 중국 기업이었으며, 비야디(BYD)가 1위를 기록했다. 또한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집계 결과, 상반기 글로벌 ESS 배터리 셀 출하량 상위 10개 기업 전체를 CATL을 필두로 한 중국 업체들이 독식했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 외에도 고품질과 신속한 납기, 20년 이상 장기 운영·유지보수를 지원하는 전문 인력을 앞세워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고션하이테크와 BYD는 일부 해외 프로젝트의 납품 기간을 기존 5~7개월에서 3개월 수준으로 단축했다. 고션은 지난달 말 이집트 내 아프리카 최대 독립형 프로젝트를 위해 계약 체결 3개월 만에 1차 물량 50트럭분을 출하했으며, BYD는 2027년 말 상업 가동을 목표로 폴란드 최대 규모(2.4GWh)의 배터리 저장장치 제조시설 착공에 들어갔다.
다만 납품 일정의 급격한 단축은 중국 배터리 업계의 생산능력 과잉(공급과잉)과 해외 시장 내 과열 경쟁을 반영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CATL 측은 최근 실적 발표에서 공급과잉 우려를 일축하며 내년에도 글로벌 시장의 BESS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CATL 경영진은 3분기 순이익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배터리 수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며, 향후 양호한 성장 잠재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