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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각장 갈등 풀었던 천안·아산…이번엔 열병합발전소 ‘상생 시험대’

상생협력센터 공동 운영·소각시설 지원 합의 등 협력 경험 축적
아산 장재리 500㎿급 발전소 추진에 인접 천안 주민들도 우려
LH·서부발전·JB의 충분한 설명과 환경 검증·지원계획 공개 필요

행정구역은 둘이지만 시민의 일상은 하나로 이어지는 충남 천안과 아산. 상생협력센터를 함께 운영하고, 경계지역 소각시설을 둘러싼 오랜 갈등도 대화와 지원방안 합의로 풀어온 두 도시가 새로운 시험대에 섰다. 아산시 배방읍 장재리에 추진 중인 액화천연가스(LNG) 열병합발전소 건설이다.

 

신도시 난방과 지역 전력 공급을 위한 기반시설이라는 사업자의 설명과 주거지·학교 인근 환경영향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맞서고 있다. 시설 소재지를 넘어 하나의 생활권 전체를 놓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두 도시가 쌓아온 협력의 경험을 살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장기수 천안시장(왼쪽)과 오세현 아산시장이 지난달 17일 천안아산생활권행정협의회 제16차 정기회의에서 만났다.
장기수 천안시장(왼쪽)과 오세현 아산시장이 지난달 17일 천안아산생활권행정협의회 제16차 정기회의에서 만났다.

◇소각장 갈등, 지원과 환경개선 약속으로 접점

 

천안과 아산의 협력은 공동시설 운영과 생활권 현안 논의로 이어져 왔다. 두 도시는 천안아산상생협력센터와 도시통합관제센터 등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 지난 9월 17일에는 상생협력센터에서 제16차 생활권행정협의회를 열어 AI 특화시범도시 협력체계와 화장시설 공동 이용 등 공동현안을 논의했다.

 

갈등을 조정한 경험도 있다. 천안시 백석동 생활폐기물 소각시설 1호기 대체시설 설치를 놓고 인접한 아산 주민들이 환경영향과 지원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면서 두 도시는 수년간 진통을 겪었다.

 

접점은 환경관리와 주민지원, 의견수렴을 함께 논의하면서 마련됐다. 충남도와 천안시·아산시는 2025년 1월 22일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천안시 30억원과 충남도 10억원을 합친 상생지원금 40억원, 주민지원기금 확대, 주민지원협의체 운영규정 개선, 기존 소각로 대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감축 등이 합의에 담겼다.

 

시설이 어느 도시에 있는지만으로 문제를 나누기보다 인접 주민의 우려와 부담을 협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 이번 발전소 논의에도 참고할 대목이다.

 

◇“안정적 에너지 공급”과 “생활환경 검증” 사이

 

한국서부발전과 JB㈜ 컨소시엄이 추진하는 아산열병합발전소는 장재리 일원에서 전기와 열을 함께 생산하는 사업이다. 서부발전이 공개한 주요 설비 용량은 전기 499.4㎿와 시간당 열 257.3Gcal다.

 

지난 26일 천안시청소년복합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린 주민설명회에서도 찬반 입장은 뚜렷했다. 찬성 측은 탕정2지구의 안정적인 난방 공급과 지역경제 효과를 강조했고, 반대 측은 도심 주거지와 학교에 인접한 입지와 주민 건강을 우려하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설명회 녹취에 따르면 사업자 측은 발전소가 건설되지 않으면 탕정2지구의 에너지 이용계획을 변경하고 다른 난방 방식을 검토해야 해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전 관계자는 지역 발전설비 확충이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송전망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주민들의 질문은 구체적이었다. 기존 집단에너지시설 활용이나 발전 규모 조정이 가능한지, 주변 개발사업과 기존 시설을 포함한 누적 환경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물었다. 사업자가 인근 시설과 질소산화물 배출 농도를 비교하자 한 참석자는 “발생 총량으로 비교하는 게 맞지 않느냐”며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사업자 측은 반경 10㎞ 안의 개발사업 등을 포함해 누적 영향을 예측했으며, 주민 의견과 사계절 조사 결과를 환경영향평가 본안에 제시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으로의 논의에서는 이러한 예측의 근거와 한계까지 주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천안아산상생협력센터에서 열린 제16차 ‘천안아산생활권행정협의회(이하 협의회)에 참석한 장기수·오세현 시장과 두 도시 관계자들.
천안아산상생협력센터에서 열린 제16차 ‘천안아산생활권행정협의회(이하 협의회)에 참석한 장기수·오세현 시장과 두 도시 관계자들.

◇LH·사업자 역할 설명하고 지원계획도 구체화해야

 

해법을 찾으려면 발전소 사업자인 서부발전·JB와 탕정2지구 개발을 맡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각자의 역할과 판단 근거를 함께 설명할 필요가 있다. 신도시의 열 수요를 어떻게 산정했는지, 현재 입지와 설비 규모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지, 기존 시설 활용이나 다른 공급 방식은 어느 수준까지 비교했는지가 핵심이다.

 

주민설명도 횟수에 더해 답변의 충실도가 중요하다. 주민들이 제기한 질문과 사업자 답변, 추가 검증이 필요한 사항을 공개하고 해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천안과 아산 주민이 같은 자료를 바탕으로 질문하고 전문가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공동 논의 구조도 필요하다.

 

지역지원 방안 역시 구체적으로 설명할 과제다. 적용 가능한 지원제도와 추가 상생사업, 지원 규모의 산정 근거, 대상 지역과 집행 주체를 구분해 제시해야 한다. 확정된 내용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을 명확히 하고, 인접한 두 도시 주민에게 어떤 기준을 적용할지도 논의해야 한다.

 

소각장 협의에서 환경개선과 주민지원이 함께 다뤄졌듯 발전소 논의에서도 안전성 검증과 지역 상생계획을 함께 살펴야 한다. 배출정보 공개와 주민 참여 감시, 약속 이행 점검 등 운영 이후의 신뢰를 확보할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두 도시 행정과 시민들에게도 열린 대화가 요구된다. 사업 필요성과 환경 우려를 함께 검증하고, 설명이 부족한 부분에는 추가 자료를 요구하면서 가능한 대안을 비교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충남도가 소각시설 갈등 때처럼 공동 검증과 협의를 지원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천안·아산은 경계를 맞댄 시설의 갈등을 협력의 과제로 바꿔본 경험이 있다. 이번에도 사업자와 관계기관의 충분한 정보 공개, 주민들의 실질적인 참여가 두 도시의 슬기로운 해법을 찾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