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독서 환경’마저 부모의 소득과 거주 지역 등 사회경제적 배경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높은 가구의 아이일수록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기가 빠르고, 읽는 책의 수도 저소득 가구보다 2배 이상 많았다.
◆소득 상위층 월 11.8권 vs 하위층 4.7권… 첫 방문 나이도 ‘5.8세 vs 8.4세’
1일 육아정책연구소의 ‘AI 시대 독서국가추진을 위한 영유아 독서교육 모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가계소득 상위 가구에 속한 어린이·청소년의 월평균 도서관 이용 독서량은 11.8권으로 집계됐다. 반면 중위 집단은 6.4권, 하위 집단은 4.7권에 그쳤다. 소득 최고층 아이들이 최하위층 아이들보다 도서관을 통해 접하는 책의 수가 약 2.5배 많았다. 이번 조사는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전국 만 3∼18세 어린이·청소년 1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태조사 데이터를 연구진이 분석한 결과다.
도서관을 처음 이용하는 시기도 부모의 배경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소득 상위 집단 어린이가 도서관에 첫발을 디딘 나이는 평균 5.8세로, 하위 집단(8.4세)보다 2년 6개월 이상 빠르고 유치원 입학 시기부터 차이가 벌어졌다.
◆전업주부 가정 월평균 12.3권, 생산직 5.8권…대도시vs읍면 격차도 커
도서관 이용 격차는 부모의 직업군과 거주 지역 규모에 따라서도 선명하게 갈렸다. 보호자의 직업별로는 전업주부 가정 아이들의 월평균 도서관 독서량이 12.3권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전문직(9.4권), 사무·관리직(9.2권), 서비스직(7.0권), 생산직(5.8권) 순이었다. 첫 이용 연령 또한 전문직 가정은 평균 5.3세였던 반면 생산직 가정은 6.7세로 조사됐다. 대도시는 평균 6.3세, 중소도시는 평균 7.5세, 읍면 지역은 평균 8.2세에 도서관을 처음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주 지역에 따른 문화적 인프라 격차도 한몫했다. 대도시 거주 어린이·청소년의 월평균 도서관 독서량은 8.2권으로, 중소도시(6.2권)나 읍·면 지역(6.5권)보다 많았다. 도서관을 처음 이용한 연령 역시 대도시가 평균 6.3세로 가장 빨랐고, 읍·면 지역은 8.2세로 가장 늦었다.
◆“나이 어릴수록 도서관 일찍 접해”... 영유아 맞춤형 인프라 확충 시급
연령별 조사에서는 나이가 어릴수록 도서관 이용이 활발한 경향을 보였다. 영유아의 월평균 도서관 독서량은 10.8권으로, 초등 저학년(10.3권), 초등 고학년(7.2권), 중학생(4.9권), 고등학생(3.1권)을 크게 앞질렀다. 영유아가 도서관을 처음 접한 나이는 평균 3.7세로, 고등학생대(8.9세)보다 훨씬 낮았다.
연구진은 영유아 시기 독서 경험이 향후 아이들의 사회·정서적 문제 행동을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조기 독서 경험의 중요성을 개별 가정의 책임으로만 방치할 것이 아니라, 유치원・어린이집, 더 나아가 공공 의료 시스템과 연계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영유아기 소아과 정기 검진 시 의사가 부모에게 책을 처방하고 독서의 중요성을 교육하는 ‘Reach Out
and Read(ROR)’와 같은 소아과 중심의 문해 개입을 적극 활용하여 저소득층 부모들도 자녀의 언어 발달 지연을 예방할 수 있는 지원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