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정훈 기자] 지금으로부터 9년 전, KIA의 ‘대투수’ 양현종은 한창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2017시즌 정규리그에서 20승6패 평균자책점 3.44로 팀 동료 헥터 노에시와 공동 다승왕에 올랐고, 평균자책점도 리그 5위였다. 31경기에 등판해 무려 193.1이닝을 던지며 등판하면 6이닝 이상을 거뜬히 책임져주던 이닝이터였다.
2017시즌 KIA의 정규리그 1위를 이끌며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양현종의 백미는 한국시리즈였다. 2차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122구를 던지며 4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무실점으로 완봉승을 거뒀다. KIA 타선이 그날 낸 점수는 딱 한 점. 1-0 완봉승이었다. 한국시리즈에서 1-0 완봉승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KIA가 3승1패로 앞선 5차전, 7-6 리드를 맞이한 9회말 마무리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수비 실책 등으로 인해 1사 만루에 몰렸지만, 박세혁과 김재호를 각각 유격수 플라이, 초구 포수 파울 플라이로 잡아내며 KIA의 ‘V11’을 직접 완성시켰다. 한국시리즈 MVP도 당연히 양현종의 몫이었다.
그로부터 9년이 흐른 현재, 가을야구가 한창이지만, 양현종이 마운드에 선 모습을 볼 수 없다. KIA가 준플레이오프 3경기, 플레이오프 4경기까지 7경기를 치렀지만, 양현종은 단 한 번도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흐르는 세월 앞에 ‘대투수’라는 별명이 무색하게 팀 내 입지가 좁아진 것을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정은 있다. 양현종은 준플레이오프 4차전 선발로 내정되어 있었다. KIA 코칭스태프는 네일-올러로 이어지는 외인 원투펀치를 1,2선발로 쓰고 3선발로는 150km를 넘나드는 포심과 포크볼 구위가 좋은 시라카와 케이쇼를 쓰고 있다. 그리고 KIA는 LG와의 준플레이오프를 3전 전승으로 뚫어내면서 양현종은 선발 등판의 기회를 갖지 못했다.
준플레이오프를 조기에 통과하면서 외인 원투펀치는 휴식 시간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고, 플레이오프 1,2,3차전도 네일-올러-시라카와가 차례로 선발 등판했다.
원래라면 플레이오프 4차전이 양현종의 등판 차례가 되어야 했지만, 3차전까지 1승2패로 몰린 KIA 이범호 감독은 4차전 선발로 네일을 냈다. 이 과정에서 양현종의 이해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네일이 1차전에서 5회 박승규를 상대로 던진 투심 패스트볼이 헬멧에 맞는 ‘헤드샷’이 되면서 투구수 57개만 소화하고 퇴장당한 탓에 사흘 휴식에도 체력 회복한 것도 있지만, 1승2패로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선 전성기가 지난 양현종보다는 네일이 더 낫다는 판단도 한 몫했다. 결국 양현종은 4차전에서도 마운드에 서지 못했다.
KIA가 4차전을 4-2로 역전승을 거두면서 플레이오프 승부는 5차전까지 왔다. KIA는 5차전 선발로 애덤 올러를 냈다. 양현종의 쓰임새는 어떻게 될까.
이범호 감독은 4차전에서 네일이 조기에 흔들리면 양현종을 바로 뒤에 붙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는 5차전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올러는 대구에서 유독 약한 ‘대구 징크스’를 앓고 있다. 올해 정규리그에서 삼성을 상대로 3경기 2승1패 평균자책점 5.79를 기록했는데,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는 2경기 2승 평균자책범 0.69로 완벽에 가깝게 던졌지만,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는 1경기에서 1이닝 동안 7피안타 8실점(8자책)으로 난타당했다. 대구에서 열린 이번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도 4.2이닝 5실점으로 부진했다. 플레이오프 2차전까지 포함한 올 시즌 대구에서의 성적은 2경기 5.2이닝 13실점, 평균자책점 20.65다.
올러가 5이닝 이상을 버텨주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대구에서 유독 흔들린 점을 감안할 때 양현종은 올러가 흔들리면 곧바로 마운드에 올라 2~3이닝을 던지는 롱릴리프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올러가 5이닝 이상 버텨줄 경우 양현종은 구자욱-디아즈-최형우로 이어지는 삼성의 좌타 중심라인을 상대하는 역할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 원래 이 역할은 이의리와 곽도규가 맡고 있지만, 둘 다 영 신통치 않은 모습이다. 이의리는 2차전에서 제구 불안을 노출하며 3연속 4사구로 밀어내기 실점을 하기도 했고, 곽도규는 4차전에서 최형우에게 대형 솔로포를 얻어맞았다.
KIA 마운드의 ‘조커’가 된 양현종, 5차전 마운드에 서서 직접 KIA의 한국시리즈의 진출을 이끌 수 있을까. 5차전을 지켜보는 또 다른 관전포인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