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63억달러(약 8조4000억원)가 해킹으로 탈취돼 북한 해킹조직이 배후로 지목됐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과 비밀경호국(USSS)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국제사회 제재를 피해 북한 정권의 자금을 조달하는 가상화폐 탈취 활동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낸스는 전날 해킹으로 자사 지갑에 보관하던 가상자산 약 63억달러가 무단 인출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바이비트 거래소에서 발생한 15억달러 규모 탈취 사건의 4배를 웃도는 액수로, 가상화폐 업계에서 단일 해킹으로는 최대 규모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TRM 랩스는 탈취 자금 대부분이 약 20분 만에 빠져나갔다고 분석했다.
보안업계는 과거 대규모 가상화폐 탈취 사건에 관여한 북한 해킹조직 ‘트레이더트레이터’를 이번 공격의 배후로 지목했다. TRM 랩스는 블록체인 안팎에서 확보한 정보를 근거로 이 조직의 소행일 가능성을 매우 높게 평가했다. 체이널리시스도 북한 연계 공격으로 분석했다. 트레이더트레이터는 FBI가 지난해 바이비트 해킹의 배후로 지목했던 조직이다.
미 수사기관은 민간업체들과 공조해 피해 규모를 확인하고 탈취 자금을 추적하고 있다. FBI는 성명에서 사건을 인지하고 있으며 활동 범위와 잠재적 영향을 파악하고 수사 조치를 조정하기 위해 공공·민간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USSS도 가상화폐 업체 서클 등을 비롯한 민간 파트너들과 탈취 자금의 파악·동결·추적·회수를 위해 24시간 협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공격은 바이낸스 직원의 노트북과 거래 승인 체계의 허점을 파고든 것으로 조사됐다. 바이낸스는 엔지니어의 노트북이 해킹됐으며 공격자가 정상적인 승인 절차를 우회해 인터넷에 연결된 지갑에서 자금을 인출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조사에서는 추가 침해 지점도 발견됐다. 리처드 텅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공격에 활동 흔적을 지우는 악성코드까지 사용됐다며 복합적인 공격이었다고 밝혔다.
바이낸스와 관련 업체들은 탈취 자산 가운데 약 30억달러를 동결했지만 나머지 자금의 회수 여부는 불투명하다. 달러 등에 가치를 연동한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가 동결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은 같은 방식으로 동결하기 어렵다. 동결한 자산도 곧바로 반환되는 것은 아니어서 실제 회수까지는 추가 절차가 필요하다. 바이낸스는 회사 자금 등으로 손실을 전액 보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제재와 단속에도 북한의 사이버 외화벌이를 차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추적 소프트웨어와 제재를 동원하고 있지만 북한 해커들은 직원들을 속이거나 보안 허점을 이용해 단시간에 거액을 탈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북한이 사이버 범죄를 통해 제재 속에서 경제를 유지하는 능력을 키우면서 미국의 대북 협상력이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