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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쉬고 싶어서”…사흘간 60만명 찾은 온라인 절 ‘산사’

취준생이 AI로 만든 가상 사찰…접속 몰려 ‘법당 웨이팅’까지
종교 달라도 “고요해서 좋다”…믿음 강요 없는 분위기에 호응

온라인에서 절을 하고 염불을 들으며 쉬어가는 가상 사찰이 인기를 끌고 있다. 취업준비생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만든 온라인 절 ‘산사’에는 개발자 집계로 사흘간 60만명이 방문했다. 이용자가 몰리면서 법당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일까지 벌어졌다.

 

‘산사’를 개발한 박진원(26)씨는 31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사흘간 방문 규모에 대해 “사실 나 혼자 쓸 생각도 하고 만들었는데 이런 반응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산사’ 홈페이지 화면 캡처.
‘산사’ 홈페이지 화면 캡처.

산사는 인터넷으로 접속해 사찰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는 가상 공간이다. 푸른 숲을 배경으로 한 법당에 들어서면 동자승을 닮은 캐릭터가 나타난다. 이용자들은 캐릭터를 움직여 합장으로 인사하거나 방석에 자리를 잡고 절을 할 수 있다. 메뉴를 선택하면 염주를 굴리거나 염불을 듣는 것도 가능하다.

 

영문과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 중인 박씨는 AI에 원하는 기능을 설명해 프로그램을 만드는 ‘바이브 코딩’으로 산사를 제작했다. 절에서 잠시 쉬고 싶었지만 취업 준비로 직접 찾아갈 시간도 기운도 없어 온라인에 공간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며칠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와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공개한 산사는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서버에 과부하가 걸렸고, 법당에 앉을 자리가 부족해 대기하는 상황도 생겼다.

 

박씨는 처음 20개였던 법당 방석을 100개, 1200개로 늘린 데 이어 1만개까지 확대했다. 현재는 100명씩 들어갈 수 있는 ‘청연당’ 100개를 운영하지만, 접속이 몰리는 시간에는 이마저도 가득 찬다고 한다.

 

해외에서도 접속이 이어지고 있다. 박씨는 “밤사이 대만에서 5만명이 다녀가셨더라”며 베트남과 태국에서도 많은 이용자가 찾고 있다고 전했다. 서버 비용 부담이 커져 이용자 요청으로 도입한 ‘공양미’ 후원 기능도 접속량 초과로 한때 막혔다.

 

이용자들은 단순한 기능과 조용한 분위기를 산사의 매력으로 꼽았다. 스레드에는 “진짜 고요하고 좋다”, “덕분에 방구석에 누워 108배도 하고 힐링한다”, “종일 몇 번씩 드나들며 수행한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개신교나 천주교 신자이지만 평화로운 분위기가 좋아 방문했다는 이용자도 있었다.

 

박씨 역시 불교 신자는 아니다. 다만 어린 시절 부모님을 따라 절에 가거나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경험이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고 했다. 동자승 캐릭터는 어린 조카를 떠올리며 만들었다.

 

그는 “불자가 아닌 사람도 너그럽게 품어주는 절의 분위기가 제 또래 친구들에게 좋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며 “이렇게 많은 분이 오시는 걸 보고 저처럼 힘들고 지친 분들이 많구나 생각했다. 아무 말 없이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산사의 인기를 청년층 사이에서 확산한 불교에 대한 호감과 연결하는 분석도 나온다. 성해영 서울대 종교학과 교수는 불교가 삶의 고통을 인정하면서 각자가 이해하는 방식으로 해법에 접근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에 지친 청년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종교시설에서 일상을 벗어난 느낌을 얻고 싶어 하면서도 맹목적인 믿음을 요구받는 데 부담을 느끼는 이들에게 불교가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짚었다. 불교 신자가 되거나 실제 사찰을 방문하기보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온라인 공간에서 그 분위기를 즐기는 것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