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갑에 적힌 타르 수치가 낮으면 건강에도 덜 해로울까. 타르는 담배 연기의 입자상 물질에서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나머지 성분의 총량이다. 타르 수치만으로는 개별 발암물질이 얼마나 배출되는지, 건강에 미치는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정부가 국내 판매 담배의 유해성분 검사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기존 타르·니코틴 수치와 함께 개별 발암물질의 검출 여부와 측정량도 볼 수 있게 됐다.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검사 대상은 궐련 256개, 궐련형 전자담배 104개, 액상형 전자담배 105개 등 총 465개 제품이다.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는 각각 배출물 44종을, 액상형 전자담배는 액상 성분 20종을 검사했다.
타르 검출량은 궐련이 개비당 11.7~40.4㎎, 궐련형 전자담배가 10.3~32.0㎎이었다. 두 제품군의 최대값을 비교하면 20.8% 차이가 난다.
발암물질은 차이가 훨씬 컸다.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인체발암물질(사람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 물질)로 분류한 성분은 궐련 256개 제품에서 모두 11종이 확인됐다. 궐련형 전자담배 104개 제품에서는 포름알데히드, NNN, NNK, 벤조피렌 등 4종이 검출됐다.
궐련에서는 포름알데히드, 벤젠, 1,3-부타디엔, 카드뮴이 256개 제품 전부에서 나왔다.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는 포름알데히드가 전 제품에서 확인됐고, NNN은 87개, NNK는 88개 제품에서 검출됐다. 벤조피렌은 104개 중 1개 제품에서 나왔다. 나머지 7종은 궐련형 전자담배 전 제품에서 정량한계 미만이었다.
정부 공개 수치로 성분별 최대 측정값의 차이율을 구해 산술평균하면 97.3%로, 타르 최대값 차이율 20.8%와 격차가 크다.
이번 계산에서는 정량한계 미만인 7개 성분을 0으로 처리했다. 성분별 최대값은 서로 다른 제품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97.3%는 성분별 최대값 차이율을 단순 평균한 수치로, 전체 제품의 평균 배출량 차이나 실제 건강 위험이 줄어드는 비율을 의미하지 않는다.
포름알데히드의 최대 측정값은 궐련이 개비당 181㎍, 궐련형 전자담배가 12.1㎍으로 93.3% 차이가 났다. 담배특이니트로사민인 NNN은 각각 650ng과 54.9ng으로 91.6%, NNK는 439ng과 25.9ng으로 94.1% 차이였다. 벤조피렌은 각각 42.1ng과 3.6ng이었다.
벤젠, 1,3-부타디엔, 아크릴로니트릴은 궐련에서 검출됐지만 궐련형 전자담배에서는 모두 정량한계 미만이었다. 정량한계 미만은 성분의 양이 너무 적어 검사에서 정확한 수치를 측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해당 성분이 전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측정법도 기존 표시값과 다르다. 정부는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에 세계보건기구(WHO)가 권고하는 강화포집법을 적용했다. 이번 검사는 담뱃갑에 표시된 니코틴·타르 수치를 산출할 때와 측정 방식이 달라 결과가 더 높게 나올 수 있다. 검사 결과를 담뱃갑의 표시값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을 태우지 않고 가열해 에어로졸을 발생시킨다. 이번 검사에서는 여러 유해성분의 배출량이 일반 궐련보다 낮게 측정됐다.
그러나 특정 발암물질 배출량이 90% 적다고 해서 암이나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90%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WHO는 궐련형 전자담배로 일부 유해화학물질 노출이 줄 수 있어도 그것만으로 인체 위해가 감소했다고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일반 궐련보다 많이 배출되거나 궐련에는 없는 독성물질이 있을 가능성도 지적한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검사 대상 105개 제품 중 99개에서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는 흡연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물을 검사한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는 액상 자체를 분석했다. 측정 대상과 단위가 달라 제품군별 유해성분 배출량을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다.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는 모든 형태의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고 경고한다. 일부 유해성분의 배출량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건강 위험까지 낮다고 볼 수는 없다. 타르 수치가 낮거나 일부 발암물질이 정량한계 미만으로 나왔더라도 마찬가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