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생존 게임에 뛰어든 사람들.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들은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게임장으로 돌아왔다. 빚더미에 올라앉은 이들에게 죽음의 공포보다 절박한 것은 돈이었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는 이 죽음의 무대를 게임장에서 일터로 옮겼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팔고 우유를 배달하는 평범한 아르바이트가 목숨을 건 생존 게임으로 돌변한다.
8부작으로 제작된 ‘꿀알바’는 빚에 쫓기는 청년 변혁준(이재욱)이 수상한 인력사무소 ‘거미인력’을 통해 고액 아르바이트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세 사기로 1억원을 잃고 이를 만회하려다 빚만 불어난 혁준은 최저시급의 50배를 준다는 광고를 발견한다. 첫 일터는 평범해 보이는 편의점. 하지만 ‘사람 아닌 존재에겐 창고에 있는 십자가로 상대할 것’ 같은 기이한 근무 수칙이 기다리고 있다. 이를 어기면 목숨까지 위협받는다. 그러나 일을 무사히 마칠 때마다 점점 더 커지는 수익에 혁준은 쉽게 일을 그만두지 못한다.
작품은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나폴리탄 괴담’의 문법을 끌어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규칙을 지켜야 살아남는다는 설정이다. 편의점과 영화관, 공사장 등 일터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규칙과 기괴한 존재가 등장한다. 익숙한 노동 공간을 공포의 무대로 바꾸는 상상력이 돋보인다. 각 에피소드가 독립적인 괴담처럼 펼쳐지면서도 거미인력을 둘러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된다. 다만 기발한 설정이 매번 치밀한 전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부 에피소드에서는 규칙이 만들어내는 긴장감보다 기괴한 사건 자체가 앞서고, 결말 역시 여러 의문을 남긴다.
‘오징어 게임’이 거대한 상금과 경쟁을 통해 생존의 문제를 드러냈다면, ‘꿀알바’는 밥벌이의 공포를 기괴하면서도 유머러스하게 풀어낸다. 공포와 코미디를 오가는 인물들의 모습도 볼거리다. 혁준은 괴물에 맞서 싸우는 영웅과는 거리가 멀다. 겁에 질려 도망치고, 넘어지고, 때로는 무릎을 꿇고 빈다. 이재욱은 허술하면서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청년의 모습을 능청스럽게 연기한다. 반면 오빠를 찾아 나서는 동생 지윤(김민하)은 거침없는 말과 행동으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미인력 사장(이희준)의 태연한 태도는 오히려 섬뜩하다.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연출을 맡은 김다민 감독은 “만국 공통의 언어는 어쩌면 노동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일상적인 일터에 초현실적인 장르의 색을 입히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기획총괄을 맡은 한준희 감독 역시 대본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질문으로 “먹고 사는 것보다 무서운 게 또 있을까”를 꼽았다.
1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넷플릭스 시리즈 ‘꿀알바’는 전날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3위(영어권 포함)에 올랐다. 톱10 진입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브라질, 스위스, 베트남 등 71개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