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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식칼럼]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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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에 기댄 성장에는 한계
신산업 육성·기술혁신이 우선
이익집단 반발 넘을 전략 세워
포용적인 제도 개혁 이뤄내야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우리나라 올해 잠재성장률을 기존의 1.9%에서 2.1%로 상향 조정했다. 내년에도 2.2%로 2년 연속 상승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기술 진보로 수출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없이 최대로 가능한 성장률인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은 우리 경제의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다. 저성장이 지속되면 청년 일자리가 감소할 뿐 아니라 성장률이 높은 해외로 투자자금이 유출되면서 국내 투자 감소로 내수 침체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령화로 재정수요가 늘어나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까지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잠재성장률 상향 추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 출산율이 낮을 뿐 아니라 기술 진보가 반도체 산업에만 국한되어 있고 중국의 추격으로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 또한 유지될 수 있을지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잠재성장률 결정 요인은 생산성을 높이고 기술 진보가 촉진되어야 하며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나는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출산율이 높아져야 하고, 생산성을 높이거나 기술진보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이 중요하다.

이는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아이디어를 중요시하고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특히 지금은 인공지능(AI)과 전기자동차 등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산업구조의 대전환기에 있어 신기술 개발을 통해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은 알고 있어도 실제로 성장률을 높이지 못하는 이유는 그 결정 요인들이 모두 제도와 연관되어 있는 내생변수이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해 기술 진보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교육제도를 개혁해야 하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거비용을 줄여주는 주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기업 투자와 연구개발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규제, 세금, 노동 관련 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혁해야 한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다론 아제모을루 교수도 성장의 결정 요인은 제도선택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제는 제도 개혁이 이익집단의 반발 때문에 쉽지 않다는 것이다. 법과 제도는 정부와 국회에서 관료와 정치인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들은 이익집단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기존의 제도하에서 혜택을 보던 이익집단이 제도 변경을 강력히 반대하고 국회와 정책당국에 로비해 법과 제도 변경을 가로막기 때문이다.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들어갈수록 살기 어려워지면서 이익집단의 역할은 더 강해지고 결국 제도 변경의 혜택이 전 국민에게 골고루 돌아가는 포용적 제도 선택은 어려워지게 된다.

이러한 이익집단의 역할에 대한 아무런 대응전략 없이 단순하게 제도 개혁을 시도할 경우 대부분 실패하게 된다. 여기에 주류 경제학은 제도의 중요성과 이익집단 역할의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으며 효과적인 대응 전략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역대 정부는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혁을 시도해 왔다. 지난 정부에서도 의과대 교육 및 노동 관련 제도 개혁을 시도했으나 이익집단의 강력한 반발로 실패했으며, 이번 정부에서는 주택 관련 제도 개혁을 시도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역대 정부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고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 선택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익집단의 반발을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 교육제도와 부동산 관련 과세 제도는 강력한 이익집단들과 연관되어 있어 적극적인 대응 전략이 필수적이다.

청년실업, 가계와 정부부채, 내수 침체, 인플레이션 등 대부분의 우리 경제의 문제들은 낮은 잠재성장률과 연관되어 있다. 잠재성장률을 높여야 저투자, 저출산, 저성장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잠재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제도 개혁이 필수적이다.

그리고 제도 개혁은 기존의 제도에서 혜택을 보던 이익집단의 반발을 극복해야 한다. 정책당국은 이익집단의 반발을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해 포용적인 제도 개혁을 이루어 내야 한다. 지금은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시기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