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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뺀다” 조바심이 건강 잡아… 근육 빠지면 ‘헛감량’

에페 가세한 비만약 3대장 효과·사용법

누구나 20%씩 빼진 못해
위고비·마운자로 식욕조절로 감량 유도
식단·운동 병행 때 최대 20% 감량 효과
위고비 투여군 14% 감량률 5% 못 미쳐

내 몸에 맞는 감량속도 찾아야
체중 안 준다고 바로 고용량 투여 안 돼
용량 도달 후 감량률 5% 미만 땐 중단
시력 저하·윗배 통증 땐 복용 중단 필요

비만치료제는 용량을 높일수록 살이 잘 빠질까. 메스꺼워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라면 약이 잘 듣는 것일까. 목표 체중에 도달하면 주사를 끊어도 될까.

위고비와 마운자로에 이어 국산 신약 ‘에페’까지 비만치료제 시장에 합류했다. 치료제 선택지가 넓어지는 가운데 처방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의원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위고비와 마운자로 처방은 약 279만건으로, 지난해 연간 처방량 약 122만건의 두 배를 넘어섰다.

사용자가 늘면서 투여 용량과 감량 속도, 부작용을 둘러싼 궁금증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른 사람의 감량 경험을 자신의 치료 기준으로 삼거나 부작용을 약효의 증거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김영상 교수와 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오태정 교수의 설명, 주요 임상시험 결과를 토대로 비만치료제의 효과와 올바른 사용법을 짚어본다.

◆누구나 20%씩 빠진다?

대표적인 주 1회 주사제인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성분과 작용 방식이 다르다. 위고비의 성분인 세마글루티드는 식욕과 포만감 조절에 관여하는 GLP-1 수용체에, 마운자로의 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는 GLP-1과 GIP 두 수용체에 작용한다. 두 약 모두 식욕과 음식 섭취량을 조절해 감량을 돕지만 효과가 같지는 않다.

위고비의 성분은 세마글루타이드, 마운자로는 티르제파타이드, 에페는 에페글레나타이드다. 위고비와 에페는 식욕과 음식 섭취 조절에 관여하는 GLP-1 수용체에, 마운자로는 GLP-1과 GIP 두 수용체에 작용한다. 모두 주 1회 주사제지만 성분과 용량 체계가 달라 ㎎ 수치만으로 약효를 비교할 수는 없다.

두 성분을 직접 비교한 임상시험(SURMOUNT-5)에서는 당뇨병이 없는 성인 비만 환자 751명에게 72주간 투여했을 때 평균 체중 감소율이 티르제파타이드군 20.2%, 세마글루티드군 13.7%였다.

식사·운동 관리를 병행하면서 각 약의 최대 용량을 사용한 결과다. 에페는 한국인 비만 환자 448명이 참여한 임상 3상에서 40주 중간 분석 결과에서 평균 체중 감소율 9.75%였다.

다만 이 수치가 모든 사용자에게 보장되는 감량률은 아니다. 연구마다 대상자와 관찰 기간도 달라 감량률만으로 약물의 우열을 비교하기는 어렵고, 개인차도 있다. 가령 위고비의 STEP 1에서는 68주 시점에 약물 투여군의 약 14%가 체중 감소율 5%에 미치지 못했다.

◆“고용량부터 바로 시작할래” 조바심 버려야

투여 초기 체중이 기대만큼 줄지 않는다고 바로 용량을 높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세 약 모두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저용량부터 단계적으로 높인다.

위고비는 주 1회 0.25㎎으로 시작해 4주 간격으로 증량하며 17주차부터 유지용량인 2.4㎎을 투여한다. 마운자로는 주 1회 2.5㎎으로 시작해 4주 뒤 5㎎으로 높이고, 필요하면 최소 4주 간격으로 2.5㎎씩 증량한다. 최대 용량은 15㎎이다. 에페는 주 1회 2㎎과 4㎎을 각각 2주, 6㎎과 8㎎을 각각 4주간 투여한 뒤 13주차부터 10㎎을 유지한다.

초기 증량 단계에서 약효를 예단해서는 안 된다. 대한비만학회는 유지용량 도달 후 3개월간 치료해도 시작 체중의 5% 이상을 감량하지 못하면 약물 중단이나 변경을 권고한다. 첫 주사를 맞은 날부터 일률적으로 3개월을 계산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의미다.

오 교수는 “SNS 후기를 접한 환자가 특정 약은 물론 용량까지 스스로 정해 처방을 요구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짧게 맞고 살을 빼겠다는 것은 위험한 생각”이라며 적절한 감량 속도와 중단 이후까지 고려한 치료 계획을 강조했다.

주사 간격을 임의로 조정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김 교수는 “서두르는 마음에 초기부터 고용량을 투여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며 “임의로 간격을 바꾸면 효과가 떨어지거나 식욕 조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안정기에 의료진이 상태를 평가해 용량 등을 조정하는 유지치료와 환자가 임의로 용법을 바꾸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체중 줄어도 근육·기능 떨어지면 좋은 결과 아냐

심한 부작용을 감량 효과의 증거로 받아들여서도 안 된다. 지속적인 구토로 물을 마시기 어렵거나 탈수 증상이 있을 때, 심한 복통이 이어질 때는 진료가 필요하다. 오 교수는 시력 저하, 오른쪽 윗배 통증, 탈수에 따른 소변량 감소를 약제 중단 후 평가가 필요한 신호로 꼽았다.

감량이 정체됐다고 무조건 용량을 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김 교수는 “어떤 약물로도 체중이 무한히 빠지지는 않는다”며 영양 상태와 활동량, 수면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체중이 줄어도 근육과 신체 기능이 떨어진다면 좋은 결과로 보기 어렵다. 반대로 감량 폭이 작더라도 혈압·혈당이나 비만 관련 질환이 개선됐다면 의미 있는 효과다.

중단 이후도 치료의 일부다. 오 교수는 약물 중단 후 최소 주 1회 체중을 확인하고 대사질환 관련 혈액검사도 주기적으로 살필 것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