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청년들의 진로 문제 등을 상담해온 신동빈 마음당 심리상담센터장은 올해 6월 처음으로 ‘기후불안’을 주제로 상담을 시작했다. 지난달 21일 서울 마포구 마음당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만난 신 센터장은 “주변에서도 기후위기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서 상담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기후불안은 기후위기를 직접 경험하거나 언론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접하면서 느끼는 공포와 불안 등을 뜻한다. 신 센터장은 “올여름 경남 거제에 폭우가 내려 여러 기자재가 파손되는 모습을 많은 이들이 미디어를 통해 지속적으로 접했다”며 “그런 재난 상황을 보면서 느끼는 우울감이 지속된다면 기후불안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불안은 2011년 심리학자 토머스 도허티가 기후변화의 심리적 영향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하면서 처음 조명됐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가 2022년 관련 정책보고서를 발간했고, 이듬해 우리나라에도 ‘한국형 기후불안 척도(K-CCAS)’ 개념이 정립됐다.
기후불안은 여러 감정이 복합적으로 동반된다는 특징이 있다. 일상적인 소비 활동이 기후위기를 심화시킨다는 ‘죄책감’과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동시에 찾아온다.
신 센터장은 “지금까지의 상담 사례에 비춰보면 평소 불안에 민감한 사람들이 기후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며 “진로 등에 대한 고민이 기후불안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 성인의 기후불안은 ‘경증 이상’ 정도의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19~64세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 성인의 기후불안 평균 점수는 5점 만점에 1.92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증 우울 이상’의 기준인 1.76점보다 높은 수치로, 가벼운 수준의 우울 범주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특히 청년세대의 기후불안이 두드러졌다. 19~34세 청년세대의 평균 점수는 1.98점으로, 35~64세 장년세대(1.90점)보다 높았다. 중등도 이상 우울 증상과 연관될 가능성이 있는 ‘잠재적 높은 불안군’에 드는 비율도 청년세대는 34.3%로 장년세대(25.8%)보다 8.5%포인트 높았다.
신 센터장은 “젊을수록 기후위기에 관한 정보를 중장년층보다 다양하고 빠르게 접하기 때문에 기후불안을 크게 느끼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청년세대는 이미 사회적으로 받는 압력이 강한데 기후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내가 열심히 해서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무력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진단했다.
기후불안은 공식적인 정신질환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기후재난이 잇따르고 관련 소식이 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하는 만큼 정신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기후위기에 대한 불안이 미래에 대한 비관과 무력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개인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신 센터장은 “미래세대는 앞으로 더 많은 기후재난을 보고 듣고 경험하게 될 것”이라며 “이들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기후위기에 대처할 수 있도록 자기효능감을 갖게 해주는 것이 현세대의 과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