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끌고, 자동차 등 다른 주력 품목들도 밀고’
우리나라 수출이 10월에도 1000억달러를 가볍게 넘기며 꿈의 목표인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을 눈앞에 둔 데는 반도체의 압도적인 실적에다 비반도체 산업까지 고루 높은 성장세로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259% 급증한 가운데 반도체를 제외한 품목의 수출도 34% 증가한 것이다.
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9.0%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157억달러였던 반도체 수출은 1년 만에 3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10월 108억9000만달러에서 올해 501억4000만달러로 360.5% 폭증하며 전체 반도체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 시스템 반도체 수출도 32.6% 증가한 57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컴퓨터 수출은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서버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수요 증가로 496.6% 급증한 58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다. SSD 수출은 584.3% 증가한 56억4000만달러로 집계됐다.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스마트폰 판매 호조로 6.7% 증가한 19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며 12개월 연속 증가했다. 디스플레이 수출도 아세안 지역의 생산 확대에 따른 수요 증가로 29.3% 늘어난 19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밖에 자동차가 역대 10월 중 최대 실적(65억5000만달러)을 쓰고, 석유제품과 석유화학도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단가 개선으로 각각 80.0%, 27.5% 증가한 69억2000만달러와 40억달러를 기록하는 등 20개 수출 주력 품목 중 18개 수출액이 증가했다. 그 결과, 올해 누적 수출액은 1조달러까지 약 700억달러만을 남겨두고 있다.
우리나라 수출은 1995년 1000억달러를 돌파한 이후 2004년 2000억달러, 2006년 3000억달러, 2008년 4000억달러, 2011년 5000억달러, 2018년 6000억달러를 각각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역대 최대인 7093억달러를 기록하며 처음 7000억달러 고지에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8000억달러와 9000억달러 벽을 연이어 허물며 이달 중 사상 첫 1조달러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독일(2006년)과 미국(〃), 중국(2007년)에 이어 네 번째로 ‘꿈의 1조달러’ 고지에 오르게 된다.
우리나라가 ‘1조달러 금자탑’을 완성할 만큼 수출 강국으로 우뚝 서기까지 반도체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특히 AI시대의 도래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수출 선봉에 섰다.
구기보 숭실대 교수(글로벌통상학과)는 “일본은 메모리 반도체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낮고, 대만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네덜란드는 반도체 제조장비에 강점이 있다”며 “우리나라는 최근 수요가 급증한 메모리 반도체에 강점을 가진 데다 다른 품목들의 성장세까지 뒷받침되면서 이들 국가보다 먼저 수출 1조달러 달성을 눈앞에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9대 주요 시장 중 7개 지역에서 수출이 늘었다. 중국에 대한 수출은 반도체·석유화학 호실적에 힘입어 133.6% 급증한 269억8000만달러로 5개월 연속 200억달러를 돌파했다. 미국 수출 역시 AI 관련 품목 수요 폭증으로 185.8% 증가한 249억달러를 기록했다. 아세안 수출은 128.0% 뛴 213억3000만달러로 2개월 연속 200억달러 이상을 달성했고, 유럽연합(EU) 수출(81억달러, 56.4%↑)도 자동차·반도체·일반기계 등 다수 품목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11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은 “(연 수출 1조달러 달성 확실시는) AI 산업의 성장에 따른 반도체 등 첨단산업 수요 확대와 함께,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노력에 힘입은 결과”라며 “주요국과 통상협력을 강화해 중소·중견기업까지 수출 성장의 성과를 폭넓게 누릴 수 있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