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스페인 중부 톨레도주(州)의 고속철도 구간에서 열차 추돌 사고가 일어나 외국인 관광객 등 69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이 벌어졌다. 그런데 영국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교 교수로 일하던 40대 초반의 전도유망한 여성 과학자도 희생자에 포함된 사실이 뒤늦게 전해져 과학계가 슬픔에 잠겼다. 이 과학자는 스페인 학회에서 수여하는 권위있는 상을 받기 위해 스페인을 방문했다가 변을 당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1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 케임브리지대 분자생물학연구실(LMB)은 이날 성명을 통해 연구진을 이끌어 온 마르타 샤흐바지 부교수가 최근 스페인에서 사고로 별세했다고 밝혔다. 1985년생인 샤흐바지 교수는 아내이자 어린 두 아이의 어머니로, 젊은 나이인데도 인간 배아와 세포생물학 연구의 권위자로 인정을 받았다고 LMB는 소개했다.
스페인 국립암(癌)연구소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샤흐바지 교수는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고 2020년 LMB에 합류했다. 그는 초기 인간 발달 연구에 기여한 공로로 스페인 발달생물학회에 의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학회 행사 및 시상식이 열리는 스페인 남부 엘롬피도로 가려고 지난 10월28일 마드리드∼안달루시아 열차를 탄 것이 그만 생의 마지막이 되고 말았다.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샤흐바지 교수의 업적으로 ‘인공자궁 기술’ 관련 연구가 있다. 샤흐바지 교수를 필두로 한 LMB 연구진은 인간의 자궁과 조건이 아주 유사한 특수 배양액이 담긴 배양 접시 안에서 14일 동안 인간 배아를 자라게 하는 일련의 실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는 학계에서 “인간의 배아 발달에서 ‘가장 불가사의한 시기’로 불리는 중요한 단계를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LMB는 성명에서 “샤흐바지 교수는 인간 배아 발달의 초기 단계와 임신 실패로 이어지는 오류가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연구했다”며 “고인의 연구 업적은 수많은 수상 실적으로 입증된다”고 밝혔다. 이어 “재능과 열정을 갖추고 동료에게 영감을 준 과학자의 갑작스러운 별세는 LMB에 큰 충격이자 엄청난 손실”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자이자 워킹맘으로서 샤흐바지 교수는 스스로를 ‘어머니 과학자’(mother scientist)라고 부르길 즐겼다고 한다. LMB의 동료 및 후배 여성 연구진은 샤흐바지 교수를 “일과 가정 생활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는 모습에 우리끼리 ‘롤모델’로 여겼다”고 기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