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자력발전소가 79기에 달해 4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와 에너지 안보 우려가 맞물리면서 각국이 원전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막대한 건설비와 긴 공사 기간, 핵연료 공급망 확보 등은 원전 확대의 과제로 꼽힌다.
1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보도에 따르면 세계원자력협회(WNA) 집계상 지난달 중순 기준 세계에서 건설 중인 원전은 79기다. 올해 착공한 11기가 포함된 수치로,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한 1986년의 91기 이후 가장 많다.
원전 건설은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에 집중돼 있다. WNA의 지난달 23일 기준 국가별 현황에 따르면 중국에서 건설 중인 원전은 38기로 세계 전체의 절반에 육박한다. 인도가 8기, 러시아가 7기로 뒤를 이었으며 한국에서도 4기가 건설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 중인 원전과 별도로 계획 단계에 있는 원전은 약 120기다.
일본도 노후 원전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6월 폐로가 결정된 원전을 2040년대까지 2∼5기, 2050년대까지 11∼14기 교체하는 목표안을 제시했다. AI 보급 등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원자력 산업의 인력과 투자를 확보하려는 취지다. 다만 건설비 상승으로 목표대로 사업이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움직임은 미국에서도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 투자사 브룩필드, 우라늄 생산업체 카메코는 지난해 10월 최소 800억달러(약 106조8600억원)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을 위한 전략적 협력을 발표했다. 미국 정부가 금융 조달과 인허가 등을 지원하는 구상으로, 데이터센터와 AI 산업에 필요한 전력 공급도 주요 목적에 포함됐다.
원전 확대를 뒷받침하는 요인으로는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가 꼽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세계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력 소비량이 지난해 485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950TWh로 거의 두 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때 데이터센터가 세계 전력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에너지 공급 불안도 원전 투자 확대의 배경이다. 닛케이는 중동 정세 악화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AI 수요 증가가 신규 원전 건설을 촉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화석연료 수입 의존도를 낮추면서 탄소 배출을 줄일 전원을 확보하려는 각국의 이해가 맞물리고 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