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300년된 제주 동백숲의 비밀…그땐 그리움보다 경제적 이유 때문에 [여행+]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1706년 바람막이로 심은 토종 동백, 도 기념물 거쳐 UN 최우수 관광 마을로 탈바꿈
300년 동백숲과 동백기름 비빔밥 체험
겨울 제주에서 꽃 대신 동백 씨앗과 기름의 내력을 따라가는 마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제주동백수목원에서 둥글게 다듬은 애기동백이 분홍 꽃을 활짝 피웠다. 사진=한국관광공사(권용의) 제공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제주동백수목원에서 둥글게 다듬은 애기동백이 분홍 꽃을 활짝 피웠다. 사진=한국관광공사(권용의) 제공

차가운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늦가을부터 한겨울까지 동백은 제주 여행에 꽃 사진 명소로 꼽힌다.

 

반면 서귀포시 남원읍 중산간의 신흥2리에서 만나는 동백의 처음은 결이 달랐다. 마을이 생길 때 바람을 막으려고 울타리로 심은 토종 동백이 300년 넘게 자라 숲이 됐고, 주민들은 지금도 토종 동백에서 떨어진 씨앗을 주워 기름을 짠다.

 

애기동백이 피기 시작한 요즘, 꽃 명소와 함께 동백이 생활이 된 마을의 숲길을 걷고 동백기름으로 차린 한 상까지 맛볼 수 있다.

 

2일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에 따르면 서귀포시 남원읍 신흥리 1159번지 일대의 ‘신흥동백나무군락’은 1973년 4월 3일 제주도 기념물로 지정됐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제주동백마을의 돌담길. 길 양옆으로 동백나무가 늘어서 있고 가지에 붉은 꽃이 달려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제주동백마을의 돌담길. 길 양옆으로 동백나무가 늘어서 있고 가지에 붉은 꽃이 달려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울타리로 심은 나무가 숲이 되기까지

 

마을 누리집에 따르면 신흥2리에는 숙종 32년(1706년) 처음 마을이 들어섰다. 이때부터 주민들은 가지와 잎이 촘촘한 동백나무를 방풍림 삼아 울타리로 심었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도 이 숲을 울타리용으로 심은 것으로 본다. 고목들이 무리를 이뤄 높이는 10∼12m, 가슴높이 줄기 둘레는 50∼80㎝, 가지가 퍼진 폭은 7∼10m에 이른다.

 

숲에는 팽나무 노거목과 참식나무가 함께 자란다. 지정 구역 밖에도 동백 고목 무리가 마을 곳곳에 남아 있다.

 

동백꽃 모양을 넣은 비누와 ‘제주동백마을’ 글씨가 찍힌 천 주머니가 동백 씨앗 위에 놓여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동백꽃 모양을 넣은 비누와 ‘제주동백마을’ 글씨가 찍힌 천 주머니가 동백 씨앗 위에 놓여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설촌 300년에 스스로 붙인 이름 ‘동백마을’

 

마을은 설촌 300년을 맞은 2007년 스스로 ‘제주동백마을’이라고 선포했다. 같은 해 마을 청년들이 사단법인 동백고장보전연구회를 꾸려 지금까지 토종 동백나무를 3000그루 넘게 심었다.

 

이어 동백기름을 짜는 방앗간을 짓고 동백 사업으로 번 돈은 마을에 되돌렸다. 2010년에는 아모레퍼시픽그룹과 협약을 맺었다.

 

마을은 2011년 농촌체험휴양마을, 2018년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가 뽑는 우수농촌체험마을 으뜸촌에 이름을 올렸다.

 

2023년 10월에는 UN관광(옛 유엔세계관광기구)이 발표한 ‘최우수 관광마을’ 54곳에 들었다.

 

마을은 동백 자원을 지켜 온 점, 마을 관광에 주민을 직접 고용해 노년층 일자리를 만든 점, 대기업과 손잡은 점을 인정받았다고 소개한다. 주민 500여명은 대부분 감귤 농사를 짓는다.

 

스테인리스 통에 동백 씨앗이 가득 담겨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스테인리스 통에 동백 씨앗이 가득 담겨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저절로 떨어진 씨앗만 두 달을 줍는다

 

마을의 동백기름은 다 익어 저절로 떨어진 토종 동백 씨앗으로만 짠다. 마을 누리집은 씨앗을 한 알씩 꼬박 두 달 동안 주워 모아야 기름을 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식용 동백기름은 토종 동백 열매만 써서 맛과 향, 영양성분이 가장 좋은 온도와 시간에 맞춰 볶은 뒤 눌러 짠다. 마을은 이 기름을 한 해 단 300병만 만든다.

 

동백기름은 예부터 머리 단장과 등잔불에 쓰였다. 마을은 이 기름으로 비누와 화장품도 만든다.

 

비빔밥 위로 동백기름을 두르고 있다. 옆에는 톳을 섞은 밥과 동백 씨앗 바구니가 놓여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비빔밥 위로 동백기름을 두르고 있다. 옆에는 톳을 섞은 밥과 동백 씨앗 바구니가 놓여 있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동백기름 두른 비빔밥 한 상

 

씨앗이 기름이 되고 기름이 밥상에 오르는 과정은 체험으로 이어진다. 동백 비빔밥 한상차림에는 주민들이 직접 채취한 제주 고사리와 제철 채소, 동백기름으로 양념한 톳을 넣어 지은 톳밥이 오른다.

 

비빔장에는 제주산 준치와 무말랭이가 들어가고, 샐러드 소스에도 한라봉·천혜향 발효액과 동백기름을 쓴다.

 

비빔밥 체험은 15명 이상 단체로 받고 1인 2만5000원이다. 4명 이상이면 동백기름으로 비누를 만드는 체험(2만원)과 동백 열매로 연필깎이·저금통·손거울 같은 생활소품을 만드는 공예 체험(1만5000원)도 할 수 있다.

 

공예 체험에서는 토종 동백꽃의 특성과 동박새가 꽃가루를 옮기는 이야기, 열매가 맺히는 과정을 함께 배운다. 체험은 모두 이틀 전까지 예약해야 한다.

 

제주동백수목원 산책길 양옆으로 둥글게 자란 애기동백이 붉은 꽃을 피웠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제주동백수목원 산책길 양옆으로 둥글게 자란 애기동백이 붉은 꽃을 피웠다.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 꽃 명소의 둥근 나무는 ‘애기동백’

 

마을에서 남서쪽으로 직선거리 8㎞쯤 떨어진 제주동백수목원은 겨울마다 꽃으로 덮인다. 둥글게 다듬은 이곳 나무들은 신흥2리 숲의 토종 동백과 종이 다른 애기동백이다.

 

한국관광공사 관광정보에 따르면 이 수목원은 위미리 동백군락지를 일군 할머니의 증손자가 1977년부터 꺾꽂이로 가꾼 애기동백 수백 그루가 숲을 이룬 곳이다.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은 애기동백(학명 Camellia sasanqua)을 차나무과의 늘푸른 작은키나무로 분류한다. 일본에서는 ‘사잔카’라고 부르고, 꽃은 11월부터 이듬해 1월 사이에 핀다.

 

해풍과 소금기에 매우 강해 주로 남쪽 바닷가에서 자라지만 추위에 약해 내륙에서는 겨울을 나기 어렵다. 한 해 자란 가지에 털이 있고, 동백나무와 달리 씨방에도 털이 난다. 신흥2리 주민들이 기름을 짜려고 줍는 씨앗은 모두 토종 동백의 것이다.

 

한편 국립수목원은 동백꽃이 11월부터 4월 말까지 피고 보통 3월에 절정을 맞는다고 설명한다. 마을은 위미 동백나무 군락에서 북동쪽으로 직선거리 8㎞쯤 떨어져 있고, 주차공간이 있다.

 

제주동백수목원은 11월 중순부터 2월 말까지 문을 연다. 마을에서 서쪽으로 직선거리 10㎞쯤 떨어진 동백포레스트도 11월부터 2월까지 동백꽃이 한창이며, 3∼10월에는 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