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AI 거품론 뇌관 된 ‘네오클라우드’… 반도체 공급망도 흔드나 [심층기획-경고등 켜진 AI 호황의 민낯]

AI 투자 열풍에 수십조 공급계약 불구
막대한 설비투자·차입 부담은 ‘눈덩이’
코어위브 2분기 순손실 2배 이상 늘어
부채 위기감 산업 전반으로 확산 우려

GPU 세대교체 빨라 투자금 회수 난항
자금난에 데이터센터 투자 등 위축 땐
HBM·서버 등 신규 발주 감소 불가피
GPU 임대 넘어 서비스 다각화 시급

값비싼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대량 확보해 빅테크(거대기술기업)에 연산 자원을 빌려주는 ‘네오클라우드’ 기업들이 최근 AI 거품론 진원지로 떠올랐다. AI 투자 열풍에 힘입어 수십조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따냈지만 막대한 투자비와 부채가 부실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들의 회사채 가격이 급락하자 미국 기술주 전반이 흔들리기도 했다. AI 인프라 투자 축소가 반도체·서버·메모리 공급망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고성장 주역에서 거품론 진원지로

2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코어위브와 네비우스, 아이렌 등 네오클라우드 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둘러싼 우려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중순 코어위브의 회사채 가격이 급락하면서 AI 관련주 매도세가 확대됐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반도체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일주일여 만에 약 2조달러 감소했다. 샘 스토벌 CFRA리서치 수석투자전략가는 “코어위브는 차입 의존도가 높은 다른 기업들의 위험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투자자들은 이들 기술기업에서 부채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말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네오클라우드는 AI 산업의 유망 사업으로 주목받았다.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을 확보해 AI 모델 학습과 서비스 운영에 필요한 연산 자원을 제공하는 전문 사업자다. 빅테크가 자체 데이터센터만으로 급증하는 연산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성장 기회를 잡았다.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네오클라우드 매출은 250억달러를 넘어섰고, 2031년에는 4000억달러에 근접할 전망이다.

그러나 매출이 급증하는 동안 적자도 불어났다. 코어위브의 올해 2분기 매출은 25억7500만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12% 증가했지만 순손실은 2억9000만달러에서 6억2600만달러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빌린 돈에 대한 순이자 비용도 6억4000만달러로 급증했다. 네비우스도 매출이 454% 늘었지만 1억904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고객과 계약을 늘려도 투자비와 이자 부담이 수익을 압박하는 것이다.

◆부실 확산 땐 AI 공급망도 휘청

네오클라우드의 수익성 위기는 막대한 선행 투자가 필요한 사업구조에서 비롯된다. 고객과 장기 계약을 맺은 뒤 거액을 빌려 GPU와 데이터센터를 확보하지만, 설비가 완공되고 고객이 이용료를 내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코어위브는 올해 상반기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현금보다 네 배 이상 많은 돈을 투자에 썼다. 부족한 자금은 추가 차입 등 외부 조달로 충당했다. 매출이 늘어도 인프라를 확충할수록 새로운 자금이 필요한 구조다.

네비우스 데이터센터 내부. 네비우스 제공
네비우스 데이터센터 내부. 네비우스 제공

장비의 빠른 세대교체도 변수다. 코어위브는 GPU 등 기술 장비의 회계상 사용 기간을 6년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고성능 신제품 출시 시기가 짧아지면서 구형 장비의 자산가치가 예상보다 빨리 떨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기존 장비를 쓰더라도 제값을 받고 빌려줄 수 있는 기간은 짧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윌 소머 가트너 수석애널리스트는 “AI 연산 인프라에 대한 지출 증가 속도로는 대부분의 사업자가 현세대 AI 반도체가 교체되기 전에 투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위험이 AI 공급망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네오클라우드가 자금난으로 데이터센터 건설을 늦추면 GPU 신규 발주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서버, 네트워크 장비 구매가 줄줄이 감소할 공산이 크다.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빅테크가 자체 설비투자로 수요 감소분을 흡수할 수 있지만 AI 인프라 투자 축소가 광범위하게 진행되면 충격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빅테크 실적도 AI 거품론에 불을 지폈다. 주요 빅테크인 마이크로소프트와 알파벳, 아마존, 메타, 오라클 5곳의 올해 1∼9월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전년 동기보다 29% 늘었지만 설비투자는 두 배 수준으로 급증했다. 막대한 현금을 창출하는 빅테크마저 AI 투자 부담이 커지면서 투자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네오클라우드 기업의 80% 이상이 2030년까지 독립적인 사업 운영을 중단할 것으로 전망했다.

◆GPU 임대에서 AI 운영 서비스로

네오클라우드 생존을 위해서는 GPU 임대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비를 많이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AI 모델 배포와 운영, 추론 최적화, 데이터 관리 등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로 수익원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기업 고객이 AI를 실제 업무에 활용하는 과정까지 지원해 장기적인 수요를 확보하는 전략도 중요해졌다. 코어위브는 관리형 AI 추론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AI 서비스 수요 증가세를 근거로 이들의 성장 기회가 여전히 크다는 반론도 있다. 코어위브의 주요 주주이자 GPU 공급업체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코어위브의 경쟁력은 날마다 개선되고 있다. 낙관적으로 본다”며 “실제 자금조달 비용도 낮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네오클라우드=인공지능(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고성능 GPU 등 연산 자원을 클라우드 방식으로 제공하는 AI 특화 사업자. 기존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자와 달리 AI 작업에 특화된 장비와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운영한다. 코어위브·네비우스·아이렌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