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 전역에서 고물가와 주거비 부담,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시위가 확산일로다. 지난달 31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와 뮌헨, 베를린 등에서는 수만 명이 교육·복지예산 삭감과 생활비 상승에 항의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을 공격하고 상점을 부수거나 물건을 훔치는 등 폭력 사태가 벌어졌다. 프랑스에서도 32만명이 시위에 참여한 가운데 방화와 약탈 등이 발생해 560여명이 체포됐다.
유럽 국가들의 시위에는 청년 세대의 상대적 박탈감과 세대 간 불평등에 대한 분노가 깔려 있다. 단순 생활고에 대한 항의를 넘어 기성세대가 누리는 연금과 복지 혜택을 유지하기 위해 젊은 세대가 갈수록 무거운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불평등 구조에 대한 반발인 것이다. 유럽 7개국 16~26세의 52%가 부모 세대보다 가난하게 살 것으로 내다봤다는 독일 TUI 재단의 조사 결과는 청년 세대의 좌절감이 얼마나 깊은지 보여준다.
유럽 생활고 시위의 진원지인 프랑스의 상황은 특히 심각하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지난달 30일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을 정도다. 국가부채는 2028년 국내총생산(GDP)의 124%에 달하는데 올 3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0.1%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연금 소득대체율은 퇴직 전 세후 소득의 70%에 달하고, 연금 지출도 GDP의 14%에 이르러 재정 부담이 막대하다. 성장 없는 ‘복지 잔치’가 얼마나 심각한 국가적 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드러내는 사례다.
한국이라고 예외일까. 개혁신당 산하 개혁연구원의 최근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1.9%가 국내에서도 프랑스와 같은 대규모 시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특히 30대에서는 73.3%에 달했다. 응답자의 64.8%는 프랑스 시위의 배경인 생활비 상승과 교육·공공서비스 문제가 한국에도 존재한다고 봤다. 청년 세대의 불만을 방치하면 대규모 시위가 폭력과 약탈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슈퍼 예산 기조가 이어질 경우 2030년 정부 지출은 1000조원을 넘고, 2055년 국가채무 비율은 GDP의 120%에 달하게 된다.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꺾이면 재정 위기가 현실화하고, 불어난 국가채무의 부담은 고스란히 젊은 세대에 전가될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세대 간 불평등을 방치하고 연금·복지 개혁마저 외면한다면 유럽의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