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어제 국회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821조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은 경제 회복의 성과를 국민 개개인의 삶으로 확산하기 위한 ‘모두의 성장’으로의 전환을 강조했다. 성장에 방점을 두면서도 미래성장 동력 확보와 양극화 해소를 동시에 겨냥한 방향성은 틀리지 않지만, 관건은 재정의 지속 가능성이다.
이 대통령은 특정 지역과 계층, 소수 기업에 기회와 성과가 집중되는 ‘소수의 성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자리·서민금융·주거 안정 정책 등 3대 민생 프로젝트와 ‘3대 메가 프로젝트’, 미래대응기금 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1.6%에서 48.3%로 낮아질 것이라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자신감도 피력했다. 확장 재정 편성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반도체 특수가 꺾이면 사정은 달라진다. 재정여건이 악화하는 동시에 미래대응기금도 고갈이 불가피해진다. 반도체 특수에만 의존하는 경제구조에서 재정으로 내수진작과 고용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를 지속하는 데는 엄연히 한계가 있다.
국가 재정 운용의 생명은 낙관론보다는 지속성과 예측 가능성이다. “비효율에 낭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강조했지만 믿기 어렵다. 당장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수용자 5만명 이상인 교도소에서 ‘숙식’이 모두 제공되는 수감자에게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한 데 이어 올해에도 1만9000여명이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받았다고 한다.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김우철 한국재정학회장은 본지 인터뷰에서 “반도체 가격이 내년 3분기부터 내려가는 경우를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2029년이면 미래대응기금이 소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금이라도 재정지출을 줄이고 연간 30조원 이상을 부채 갚는 데 써야 한다”고도 했다. 세수 증가만 믿고 무작정 확장 재정을 밀어붙여서는 안 된다. 재정은 ‘다다익선’이 아닌 ‘적재적소’에 투입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으로는 애먼 곳에 세금이 새지 않도록 감시망을 촘촘히 해야 한다. 아울러 막연한 ‘장밋빛 전망’에 취해 세수 기반을 확대하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여야도 정치적 득실에 얽매이지 말고 미래대응기금 등을 중심으로 예산안을 꼼꼼히 살펴 재정의 지속성과 효율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