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영업이익 중 이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 분기 대비 10%포인트 넘게 뛰었다. 금융그룹이 비이자이익 확대를 내걸었지만 증시 불황에 수수료 수입이 급감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총영업이익은 17조7957억원으로 이 중 이자이익이 13조9564억원(78.4%)에 달한다. 직전 분기 총영업이익 중 이자이익 비중이 67.9%였던 것에 비해 10.5%포인트 가까이 뛴 것이다.
이자이익 비중이 높아진 가장 큰 원인은 비이자이익 감소다. 증시 불황이 이어지며 주식 거래가 줄자 증권사 위탁매매 수수료와 펀드·신탁 등 자산관리 수수료에 영향을 미쳐 비이자이익 비중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특히 KB·신한·하나금융은 증권계열사가 크고 자산관리 수수 수수료 비중이 높아 비이자이익이 전분기 대비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실제 주식시장 거래 규모는 상반기 고점 이후 빠르게 줄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일평균 증권결제대금은 35조4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6.5% 줄었다. 이 중 주식결제대금은 8조8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2.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식기관투자자결제 일평균 결제 대금 역시 4조7000억원으로 직전 분기보다 16.9%, 거래대금은 26.4% 꺾였다.
금리 상승도 이자이익 비중을 끌어올렸다. 한국은행이 7·8월 연속 기준금리를 올리면서 시중은행 금리도 함께 상승했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가중평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4.96%로 전월보다 0.20%포인트 상승했다. 지난 4월 4.43%를 기록한 이후 5개월 연속 오르면서 2023년 11월 이후 2년1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리 상승은 보유 채권의 평가손실로 이어져 비이자이익을 깎는 요인으로도 작용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며 가계대출 관리와 이자수익 추구 자제를 요구해왔다. 금융지주들도 이자이익 의존도를 낮추고 비은행 부문 실적을 키우는 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3분기 증시가 급락하면서 비이자이익이 크게 줄었고, 결과적으로 이익 대부분을 다시 이자에 기대게 됐다.
이자이익 의존도는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다. 한은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매파적으로 동결하면서 고금리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중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0월 말 한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반면 국내 증시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둔 정책 불확실성과 인공지능(AI) 투자 수익성 우려가 겹치며 외국인 매도세 속에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달에만 16% 넘게 떨어져 역대 일곱 번째로 큰 월간 하락률을 기록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리 인상기에는 예대 마진이 커지기 때문에 이자 이익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금융지주 매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은행의 경우 고금리 상황에서 비이자이익을 낼 만한 게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가계대출 규제에 나서면서 금융지주들이 기업대출을 늘린 까닭에 부실률은 덩달아 늘고 있다. 지주 대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은행을 살펴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9월 기업대출 잔액은 945조7000억원으로 전체 대출의 54.7%를 차지한다. 같은 기간 연체율은 0.47%로 지난해 말(0.35%) 대비 0.12%포인트나 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