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해킹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배후로 지목되는 북한 해커들이 탈취한 자금을 1100회 이상 분할 송금해 자금세탁을 시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고로 가상자산 시장이 또다시 삭풍을 맞았지만 업계에선 시장에 끼칠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영국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에 따르면 해커들은 현지시간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트론(TRX) 기반 지갑에서 총 1113차례에 걸쳐 가상자산을 분산 송금했다. 거래 사이의 간격은 중앙값 기준 90초에 불과했다. 송금 간격이 가장 길었던 경우도 39분에 그쳤다. 송금은 특정 시간대에 집중되지 않고 평양 시간 기준으로 야간에도 이어졌다. 거의 모든 이체 금액을 소수점 여섯째 자리까지 불규칙적으로 설정하고 자금을 받은 지갑도 일반적으로 2분 이내, 경우에 따라 30초 안에 빠르게 자금을 옮기며 감시망을 피한 것으로 분석됐다.
앞서 바이낸스는 지난달 29일 63억달러 상당의 가상자산이 무단 인출됐다고 밝혔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북한의 정예 해킹조직으로 알려진 ‘트레이더트레이터’를 배후로 지목했다.
사고 직후 시장은 출렁였다. 투자자 불안감이 고조되며 8만1000달러대였던 비트코인 가격은 7만6000달러대까지 급락하며 6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만 업계에선 신속한 대응 덕분에, 피해 규모에 비해 시장 충격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사례를 봐도 피해 규모와 비트코인 가격 하락폭이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았다. 2016년 비트파이넥스 해킹은 피해액이 약 72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비트코인이 장중 20% 넘게 급락한 반면, 지난해 바이비트 해킹은 약 15억달러의 피해에도 초기 가격 하락이 크지 않았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해커가 탈취한 약 1만8270비트코인이 아직 시장에 매도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잠재적인 매도 압력은 여전히 경계할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일본의 정보기술(IT) 대기업인 GMO인터넷그룹은 지난달 발생한 외환증거금거래(FX) 자동매매 서비스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배후에 북한 연계 해커 조직이 있다고 추정했다. 해커 집단이 범행 내용을 밝힌 사이트를 분석한 결과, 사이트가 공개된 직후 접속된 IP 주소 5개가 과거 북한 해커 집단이 사용했던 것과 일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GMO는 지난달 21일 FX 자동매매용 서버 임대 서비스에 부정 접속이 있었다며, 서버 2만6739개에서 고객 정보가 열람됐을 우려가 있다고 발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