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형사소송법 시행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의 수사범위를 두고 여전히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적용 혐의를 기준으로 수사기관이 나뉘면서 중수청 수사대상 혐의와 다른 혐의가 섞여 있을 때 관할을 나누는 기준이 뚜렷하지 않은 탓이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수청은 고발장이 접수된 사건의 수사 가능 여부를 검토해 수사대상이 아닌 사건은 경찰로 이첩하는 등 사건을 분류하고 있다.
중수청은 최근 정치인 등의 사건을 ‘수사범위가 아니다’라며 경찰에 넘겼는데, 일부 사건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이첩 여부를 판단하지 않고 있어 수사대상으로 보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중수청 수사범위에서 제외된 직권남용이다. 직권남용은 뇌물 등 주된 중대범죄와 직접 연관된 ‘관련 범죄’일 경우에만 중수청이 수사할 수 있다. 서울 중수청은 최근 이른바 ‘소방 재정 빨대’ 발언으로 고발된 추미애 경기도지사 사건을 경찰로 이첩했다. 추 지사 사건 고발장에 적시된 혐의는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이다. 중수청은 해당 사건의 주된 혐의가 수사범위를 벗어난 명예훼손이라고 판단해 경찰에 이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업무추진비 허위 기재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업무상배임, 특가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로 고발된 조희대 대법원장 사건은 서울중수청 반부패국이 살펴보고 있다. 중수청이 아직 검토 중인 무소속 한동훈 의원 딸의 ‘허위 스펙’ 의혹도 직권남용 등이 엮인 사건이다. 중수청이 이 같은 사건들 수사에 본격 착수할 경우 경찰 수사와 충돌 가능성이 생긴다. 실제 한 의원 관련 사건은 경찰이 고소·고발인을 조사했으며, 조 대법원장 사건도 3일 고발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이종배 전 서울시의원은 국회가 조 대법원장의 휴대전화 교체 내역을 조회한 것이 인권침해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세계일보 10월30일자 4면 참조> 이 전 의원은 “국회 상임위 의결을 통해 통신사에 조 대법원장의 개인정보를 요구하고, 당사자에게 사후 통지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은 영장주의에 반하는 적법절차 위반”이라며 “인권위는 국회의 개인정보 요구 행위가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통제 방안을 마련할 것을 국회에 권고해 달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