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 더 듣고 하겠습니다.”
2일 이재명 대통령의 821조원 규모 202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야유로 잠시 멈췄다. 이 대통령이 “국채를 발행하긴 하지만 대부분을 기존 국채 상환에 사용해 국채의 순 증가분이 거의 없다”고 설명하자 국민의힘 의석에서 “아이고”,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탄식과 야유가 나왔다. 이 대통령은 연설을 멈추고 야당 의원들에게 발언 기회를 주려 했지만, 김미애 의원이 “재판 재개하라”고 외치자 “계속 방해를 하시네요. 특별한 의견을 주시는 것도 아니고. 이제 제가 계속해도 좋겠습니까?”라고 말한 뒤 연설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의원 60여명은 연설에 앞서 국회 로텐더홀에서 “나라 빚 외면 쌈짓돈 예산, 미래 파괴 규탄한다”, “재판 취소 위한 탄핵 추진 사법부 겁박 중단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 대통령은 시위 중인 의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조정식 국회의장에게 “뭘 갖고 저렇게 하는 것인가”라고 묻기도 했다. 본회의장에선 국민의힘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은 채 노트북에 규탄 피켓을 붙이고 침묵시위를 이어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이 대통령을 맞았다. 이 대통령은 입구에 선 정청래 전 대표를 시작으로 한병도 원내대표, 김민석 대표 등과 악수한 뒤 연단에 올랐다. 약 27분간의 연설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30차례 박수를 보냈다.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왔다는 대목에서 첫 박수가 나왔다. 국민의힘 이철규·강민국·김장겸·김종양 의원 등은 연설 도중 퇴장했다.
연설이 끝난 뒤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경태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본회의장을 떠났다. 혼자 자리를 지킨 조 의원은 이 대통령과 악수하며 대화를 나눴다. 조 의원은 “여야를 떠나 국가 원수에 당연히 예우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재명 파이팅”을 외치며 사진을 찍었다.
김 대표는 시정연설을 “세계를 선도하는 ‘대체불가 대한민국’으로 나아가는 원대한 꿈을 함께 나누는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갔다”며 “7000자 넘는 연설문에 부동산, 증시, 농지, 북한, 한·미동맹, 치안, 사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점식 원내대표는 “재정 중독으로 점철된 미래 약탈 선언”이라며 국가채무 비율 하락은 국내총생산 증가에 따른 착시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