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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도 없이 F1 나간 고등학생…규정까지 바꾸더니 ‘연봉 1000억’

열네 살 아들을 주유소에 두고 떠난 아버지
막스 베르스타펜, 혹독한 수업 끝에 F1 챔피언으로
올 시즌 연봉 7000만달러(약 1000억원)로 F1 몸값 1위에 오른 막스 베르스타펜. 베르스타펜 SNS 캡처
올 시즌 연봉 7000만달러(약 1000억원)로 F1 몸값 1위에 오른 막스 베르스타펜. 베르스타펜 SNS 캡처

 

70,000,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1000억원. 올 시즌 포뮬러원(F1)에서 가장 몸값이 비싼 드라이버의 연봉이다.

 

최근 SBS 예능 ‘무엇이든 해줄지니-비서진’에서 배우 하지원은 이 선수를 ‘최애’로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

 

“완전 테토남이다. 죽어도 달린다. 미쳤다.”

 

막스 베르스타펜(29). 물러설 줄 모르는 주행으로 ‘F1에서 가장 빠르고 난폭한 드라이버’로 불린다. 

 

어린 시절 아버지 조스와 함께한 베르스타펜. 코치이자 정비사였던 아버지는 아들을 혹독하게 키웠다. 베르스타펜 SNS 캡처
어린 시절 아버지 조스와 함께한 베르스타펜. 코치이자 정비사였던 아버지는 아들을 혹독하게 키웠다. 베르스타펜 SNS 캡처

아버지가 만든 ‘괴물 드라이버’

 

2012년 이탈리아 사르노에서 열린 카트 세계선수권 결승. 맨 앞에서 출발한 열네 살은 둘째 바퀴에 선두를 내주자 참지 못했다. 무리하게 파고들다 앞차를 들이받고 트랙 밖으로 튕겨 나갔다. 패독(팀 정비 구역)으로 돌아오니 아버지는 이미 짐을 싸고 있었다.

 

“카트는 네가 치워. 난 안 도와준다.”

 

네덜란드 집까지 17시간.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아들이 자꾸 말을 걸자 아버지는 주유소에 차를 세웠다.

 

“내려.”

 

승합차는 아들을 두고 떠났다. 몇 분 뒤 아버지는 차를 돌려 아들을 다시 태웠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아버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 조스 베르스타펜 역시 F1 드라이버였다. 한때 차세대 챔피언으로 주목받았지만 끝내 우승은 하지 못했다. 아들은 네 살 때 처음 카트에 앉았다. 첫 바퀴부터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지 않고 트랙을 돌았다. 그날 이후 조스는 코치이자 정비사, 운전기사를 자처했다. 엔진은 직접 손봤고 폭우 속에서도 아들을 트랙으로 밀어 넣었다.

 

주유소 사건도 단순한 화풀이는 아니었다. 조스는 바로 뒤에서 이혼한 아내의 차가 따라오고 있다는 걸 알았다. 아버지가 걱정한 건 오히려 아들의 재능이었다. 무엇이든 너무 쉽게 해내다 보니, 실수 속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까 봐 겁이 났던 것이다. 조스는 훗날 한 팟캐스트에서 “생각이라는 걸 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효과는 이듬해 나타났다. 베르스타펜은 카트 세계선수권과 유럽선수권을 모두 휩쓸었다. 한 시즌에 세계 타이틀과 유럽 타이틀을 함께 따낸 건 카트 역사상 처음이었다. 아버지는 이 시기의 아들을 이렇게 회상했다.

 

“달리는 모습만 봐도 생각하고 있다는 게 보였다.”

 

면허보다 먼저 받은 F1 시트

 

에너지 음료로 잘 알려진 레드불은 F1 팀을 두 개나 운영하는 모터스포츠의 큰손이다. 2014년 레드불은 열여섯 살의 고등학생 베르스타펜과 계약했다. 일반 도로 운전면허조차 딸 수 없는 나이였지만 서킷을 누비는 데 면허가 필요 없었다.

 

이듬해 열일곱 살에 F1에 데뷔했다. 역대 최연소였다. 면허도 없는 10대에게 시속 300㎞로 달리는 레이싱카를 맡기는 것을 두고 우려가 쏟아졌다. 같은 레드불 소속의 전설적인 챔피언 제바스티안 페텔조차 “아슬아슬하다”고 했다.

 

결국 국제자동차연맹(FIA)은 출전 최소 연령을 만 18세로 제한하는 규칙을 신설했다. ‘베르스타펜 룰’이다. 우려를 잠재우는 데는 1년이면 충분했다. 2016년 스페인 그랑프리에서 F1 역대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웠다.

 

2021년 영국 그랑프리에서 51G의 충격을 받은 사고 뒤 베르스타펜이 SNS에 올린 사진. 베르스타펜 SNS 캡처
2021년 영국 그랑프리에서 51G의 충격을 받은 사고 뒤 베르스타펜이 SNS에 올린 사진. 베르스타펜 SNS 캡처

 

2021년 영국 그랑프리에서는 ‘황제’ 루이스 해밀턴과 맞붙다 시속 290㎞로 도는 코너에서 튕겨 나가 방호벽에 처박혔다. 충격은 중력의 51배에 달했다. 차는 크게 부서졌고 베르스타펜은 헬기로 병원에 이송됐다. 그날 밤 SNS에 “다행히 괜찮다. 51G의 꽤 큰 충격이었지만 나아지고 있다”고 남겼다.

 

2주 뒤 베르스타펜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헝가리 그랑프리 출발선에 섰다. 해밀턴과의 우승 경쟁에서도 끝까지 물러서지 않았다. 시즌 최종전 마지막 바퀴에서 해밀턴을 극적으로 추월하며 생애 첫 월드챔피언에 올랐다. 이후 2024년까지 4연패를 이뤘다.

 

지난 8월 레드불과 2030년까지 계약을 연장한 베르스타펜. 베르스타펜 SNS 캡처
지난 8월 레드불과 2030년까지 계약을 연장한 베르스타펜. 베르스타펜 SNS 캡처

 

연봉 1000억원의 이유

 

요즘 말로 ‘킥’이 있는 드라이버다. 비가 오면 더 강해진다. 2016년 브라질 그랑프리에서는 폭우 속에 16위까지 처졌다가 경기 막판 앞차들을 줄줄이 추월해 3위로 들어왔다. 빗속 카트장에서 보낸 어린 시절이 F1 무대에서 빛을 봤다.

 

2023년에는 22경기 중 19경기에서 우승했다. 한 시즌 최다승이자 역대 최고 승률이다. 10연승 역시 F1 역대 최다 기록으로 남았다.

 

F1의 인기도 몸값을 끌어올렸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본능의 질주’가 드라이버들의 치열한 경쟁과 갈등을 드라마처럼 조명하면서 젊은 팬층이 대거 유입됐다.

 

F1의 지난해 매출은 약 5조5000억원. 하지만 이 무대에 설 수 있는 드라이버는 전 세계 단 22명이다.

 

베르스타펜은 지난 8월 레드불과 2030년까지 계약을 연장했고 10월에는 2연승을 올렸다.

 

열네 살 아이는 고속도로 주유소에서 생각하는 법을 배웠다. 수업료는 17시간의 침묵이었다.